[특별 연재 ②] 북한인권법 제정을 방해한 한국국회

야당의원들, 왜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했을까?

"북한인권재단 발족시키지 않고 사보타주 계속"
"야당 추천 5명 중 4명 지명 거부…12명 이사회 구성 자체를 막아"

김석우 칼럼 | 최종편집 2017.04.26 0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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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미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구체적 조치들을 취하였다. 
이에 비하면 한국 국회가 북한인권법안 처리를 끌고 당기면서 11년이나 질질 끈 과정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 등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은 당시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상정이 좌절되었다.
제17대 국회가 2008년 4년 임기 만료로 북한인권법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18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되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어도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였다.
북한인권결의안조차 야당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하였다.

2011년 5월 제18대 국회 종료 시 박지원 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인권법 통과를 저지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북한인권법보다는 북한주민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당시 이해찬 전 총리는 북한인권법안이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엔 중심으로 인권보호체제가 혁명적으로 발전한 사실을 무시하는 소리였다.
나치 정권의 유태인 학살에 대하여 독일의 주권사항이므로 외부에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2012년 시작된 제19대 국회에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 황진하 의원, 이인제 의원, 조명철 의원, 심윤조 의원등이 5건의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하였다.

민주당에서는 심재권 의원, 정청래 의원, 윤후덕 의원, 인재근 의원이 북한주민의 민생을 위한 대북지원을 강조하는 북한민생법안들을 제출하였다.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강하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실질적 거부권을 야당 측이 행사하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어렵게 법안이 통과된 후에도, 실질 심사권이 없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박영선 위원장이 심의를 지연시켜 법안통과를 저지하였다.

북한주민의 식량권 문제를 해결할 제1차적 책임은 북한당국에 있다.
복지경제학의 대가로서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티야 센(Amartya Sen) 하버드 대학교 명예교수는 영국식민지 당시의 인도의 아쌈 지역에서 수십만 명이 대량 아사한 사태는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영국 식민당국이 주민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폭압통치를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증명하였다.
그 후 전 세계에서 일어난 대량아사사태들을 분석한 결과 그 원인이 식량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권의 독재에 있다고 증명하였다.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는 북한사회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정권을 비판할 수 있게 되면 단숨에 해결되는 것이다.

한국의 야당은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한국정부의 책임인 것처럼 호도하여 북한인권법 제정을 저지한 것이다.
남북한 간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법, 남북협력기금법, 남북관계발전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위해 북한민생인권법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서독의 빌리 브란트 정부가 동방정책에 따라 동독과의 교류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동독에 대한 지원이 동독 공산정권 강화에 기여하지 않을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한 것과 대조적이다.
동독에 대한 경제지원시에는 (1)동독이 먼저 요청했을 때, (2)반드시 대가를 받은 후, (3)동독 주민들이 서독의 지원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세가지 원칙을 고수하였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이나 선진국 외교관들이 입장을 물을 때마다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떳떳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창피를 당하게 되었다.
매우 고약한 아킬레스 힘줄이 되었다.

야당 측은 점차 고민이 커졌다.
식량권문제라든가 긴장조성 완화라든가 하는 이유를 들어 여론을 무마하기가 어려워졌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침해에 대한 규탄과 해결촉구 노력에 반대하는 것은 북한의 독재정권을 비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장성택을 비롯한 핵심 고위간부들을 참혹한 방법으로 처형하고 이 사실을 주민들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공개하게 되자, 이를 비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정말 창피하게 되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2월 제출한 보고서를 기초로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인권문제를 활발하게 논의하였다.
2015년 6월에는 유엔북한인권 현장사무소가 서울에 개설됨으로써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야당 측은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다가올 2016년 4.13 총선에서 손해가 된다고 계산하여 그에 앞서 2015년 12월말 북한인권법 처리를 제안하였고, 여당이 동의하여 법안통과를 위한 협상을 진전시켰다.
막무가내식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던 정치인들에 대한 국내외 인권활동가들의 창피주기(naming and shaming)가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러나 야당 측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전면적 사보타주는 거둬들였지만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더라도 북한정권에 대한 타격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여야 간에 북한인권법안을 최종 타결하는 과정에서 야당 측은 북한민생법안 제정을 포기하였다.
대신에 북한인권법안의 제2조 제1항의 ‘기본원칙 및 국가의 책무’에 ‘북한주민의 인권보호 및 증진’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병렬하여 제2항으로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또한,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법무부 산하가 아니라 통일부에 설치하도록 변경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통일부는 업무성격상 남북 간 협력을 촉진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인권침해 행위를 캐어내는데 소극적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2016년 3월 2일 북한인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국회 재적의원 293명 중 재석 236명이 표결에 참가하였다.
찬성 212석, 기권 24명, 반대 없이 압도적으로 가결되었다.
중요한 것은 반대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북한인권개선에 사보타주하고 싶어도 반대투표를 할 경우 창피 당한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기권 24명은 대부분 야당 의원이다.
6개월 후인 9월 4일 발효되어,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고,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북한인권재단은 발족시키지 않고 사보타주를 계속하고 있다.
야당 추천 5명 중 4명에 대한 지명을 거부함으로써 12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구성 자체를 막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인권 실태 조사, 남북인권대화추진, 인도적 지원, 시민단체 지원 등 북한인권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활동을 정지시키고 있다.
편성된 예산을 쓰지도 못하고, 임차한 사무실도 비워둔 채, 허송세월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김 석 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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