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영입에 언론플레이까지, 뒤통수 맞은 청와대…바닥친 정무적 판단
  •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낙정하석(落穽下石)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는 얘기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이 사자성어를 곱씹어보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떠오른다. '김종인 영입'은 더불어민주당에겐 묘수였지만,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권에 있어선 참사였다.

    '전두환의 남자'에서 '문재인의 남자'로 변신한 김종인 위원장. 그가 부른 최악의 정치는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 한국 경제, 흑역사로 남을 1월 29일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깨고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처리를 무산시켰다. 경제 재도약을 염원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처사였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뒤, 한국 경제가 비명(悲鳴)을 지르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18.5%' 우리나라 수출이 2009년 8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G2발(發) 저유가 현상과 신흥국의 경기 부진이 맞물린 결과였다. 

    곳곳에서 절규(絕叫)가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50년 이상 한국 경제의 근간이었던 수출입국(輸出立國)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를 뜯어고치는 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 제조업은 추락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 포스코의 적자전환은 한국 제조업체가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포스코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지난 분기보다 16.9%나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4분기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그간 호실적을 내던 반도체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어닝쇼크(Earning Shock)'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위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헤지펀드 귀재'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최근 위안화 가치 약세에 공개적으로 베팅한 데 이어 국제 헤지펀드 거물들도 잇따라 위안화 하락 베팅 전선(戰線)에 가세하고 있다.

    소로스의 배팅이 맞아 떨어질 경우, 위안화가 폭락하고 중국의 산업과 금융 쓰레기들이 쓰나미처럼 한국을 덮치게 된다. 대(對)중국 수출에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한국이 어떤 충격을 받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끔찍하기만 하다.

    위기를 넘으려면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산업 재편의 키를 쥐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처리를 김종인 위원장이 가로막아 버렸다.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경제세력이 나라를 지배한다"며 자위적인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죽이기 위해 돌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2016년 1월 29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처리하기로 서명까지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김종인 위원장이 갈기갈기 찢은 날이다. 우리 경제를 죽인 흑역사(黑歷史)로 길이길이 남게 될 날이다. 

     

     

  • ▲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 무죄를 선고 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문건유출'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청와대 문건유출' 혐의 무죄를 선고 받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문건유출'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조응천과 언론플레이, 옴짝달싹 못하는 靑

    김종인 위원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은 한국 경제 뿐만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김종인 위원장의 계략(計略)에 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간비서관을 공식적으로 영입했다고 2일 밝혔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지난 2013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고,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알려진 '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으로 비서관직을 사퇴한 뒤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와대는 문건유출 파동의 당사자인 조응천 전 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비서관까지 했던 사람이 결국 불순한 의도를 갖고 문건을 유출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키고 현재 재판중인 사람이 야당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날 꼭 그래야 했나.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떠나겠다더니, 조응천 전 비서관이 애초부터 다른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응천 영입 작전'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축하 난(蘭)을 보내겠다며 언론플레이에 나선 김종인 위원장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황당한 일이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축하 난을 보내드리라고 지시했고, 오전 9시에 대표 비서실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연락해 박수현 비서실장이 직접 (난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으나, 정중하게 사양하겠다고 답변이 왔다.

    우리가 대통령 생일 때 난을 보낸 적은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지시로 (난을) 보내도록 한 취지는, 정치는 정치이고 또 도리는 도리이고 예의는 갖춰야할 게 온당하다고 생각을 했고, 야당으로서 언제든지 대화와 국정운영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불과 3일 전,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무산시켰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생일에 축하 난(蘭)을 보내겠다고 했다.

    불난집에 부채질이다. "언제든지 대화와 국정운영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 자체에 어폐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려면 당장 발목잡기를 그만두고 약속했던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합의처리하면 될 일이다. 심각한 수준의 언론플레이다.    

    결국 청와대는 평양-전체주의 추종 세력의 등쌀에 밀려 김종인 위원장의 축하 난(蘭)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의 정무적 판단이 바닥을 친 순간이었다.

     

    #. '늙은 구렁이' 김종인은 누구인가?

    최근 김종인 위원장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전력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보위는 지난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광주학살을 자행한 군사정권의 폭압통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법적으로 설치된 기구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보위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했다. 10대 국회를 강제적으로 해산한 불법적인 입법기구였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이다. 국보위는 반란죄와 내란죄로 처벌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권을 찬탈할 할 목적으로 만든 헌법 파괴기구다.

    이후 김종인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의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11대 국회에 진출했다.

    반성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보위 참여 경력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야권이 들썩였다.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4일 "김종인 위원장이 사과 대신 국보위 참여를 정당화한 이상 이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다른 야권 인사들도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 참여 경력을 맹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종인 위원장은 "국보위에 참여한 것은 스스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차출되다시피 한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야권 성향 네티즌 사이에서 김종인 위원장은 영악하지만 속을 알수 없다는 '늙은 구렁이'로 통한다.

    '전두환의 남자'로 정계에 입문해 승승장구 하다가 국민들의 머리속에서 잊혀졌던 그다. 그러다 늘그막이 또 다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모습에 야권 성향 네티즌은 줄곧 차가운 눈총을 보내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종인 위원장을 감싸고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작태다.

    '광주와 호남'을 버렸던 더불어민주당이 전두환 정권에서 호의호식하던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고, 연일 그를 두둔하는 발언을 내뱉는 모습에 호남 지역에선 '불신(不信)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27.4%로, 국민의당(31.1%)에 비해 3.7%p 뒤쳐진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위원장의 지워질 수 없는 과거 때문에 초라해지는 모습이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감싸기'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국보위에 참여해 보국훈장 천수장까지 받은 김종인 위원장.

    '광주 탄압'에 앞장서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그는 이후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살았다.

    이런 인사를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의 투사로 떠받드는 모습에서 제1야당의 붕괴는 물론 대한민국 정치권의 몰락을 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