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설전전당대회 시기 두고도 이견 팽팽전대 룰, 또 다른 뇌관 작용 가능성도
  • ▲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참패한 지 한 달이 돼 가지만 위기 수습은커녕 오히려 또 다른 격랑에 빠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각종 현안마다 국민의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친윤(친윤석열)계의 분화 양상이 심상치 않은 데다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도 당 내 이견을 속출하면서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원내대표 출마 문제를 두고 친윤계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에 불출마하는 과정에서 앞, 뒤가 다른 인물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의원이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출마를 요구한 사람 중 오히려 '해야 된다' '악역을 맡아 달라'고 요구한 사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배 의원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이야기 안 하겠다"고 했지만 "배현진 의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강력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배 의원은 "이분 참 힘드네요. 좀, 선배 의원답게, 어렵나"라며 "코너에 몰리면 1만 가지 말을 늘어놓으며 거짓을 사실로 만들고 주변 동료들을 초토화시키는 나쁜 버릇 이제라도 꼭 고치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단언컨대 이 의원에게 전화든 대면이든 원내대표를 권유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다"며 43초 분량의 이 의원과의 통화 녹음 내용까지 공개했다.

    당 위기 수습이 시급한 국면에서 내홍이 포착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졌지만 우린 집권 여당으로서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며 "우리끼리 분열할 게 아니라 이 위기를 잘 봉합해 현 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고 강조했다.
    ▲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은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도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패배 원인으로 '보수 정체성 확립'을 지적하면서 보수 결집을 주문했지만, 비대위가 첫 발도 떼지 못한 상황에서 단합에 실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의힘 내에서는 '6월 말, 7월 초' 전대 시행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황 위원장이 전대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어질 수 있다면서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자 윤재옥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6말 7초가 당 총의"라며 황 위원장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황 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원내대표의 말이 맞다"면서도 "물리적으로 일을 해보면 모든 게 주변 인선과 맞물린다"고 재차 반박에 나섰다.

    이어 "빨리 해도 비대위원회를 다음 월요일에나 열 수 있다. 당헌·당규상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 데만 해도 40일이 들어간다"며 "그러면 5월 20일부터는 스타트를 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준비가 마쳐지겠느냐"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만 8월에 하겠다고 못 박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 늦어지더라도 그런 사정이 있다고 여유를 갖고 저를 믿고 맡겨 달라"면서 "성실하게 신속하게 마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대 룰'도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100%로 실시된다. 총선 이후 '당심'이 아닌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다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외 조직인 '첫목회'도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50%까지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비율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잡음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두고 10%에서 50%까지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총선 당선인은 뉴데일리에 "당원 비율과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어느 정도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하루 아침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치열한 토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