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타임지, 취임 100일 인터뷰 공개"미국 함께 가지만 中도 잘 관리해야""대통령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는 정치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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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등장한 타임 매거진 표지.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3500억 달러(약 48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물밑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안에) 동의하면 탄핵 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이 인터뷰는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던 지난 3일 서울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진행한 무역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 조건이 엄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리가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중 대부분을 '현금 출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상호관세 적용 유예 만료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말 큰 틀에서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미 투자 펀드 3500억 달러의 투자 세부 내역과 운용 방식에 대해선 과제로 남아 있어 한미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 협상팀에 합리적인 대안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이끌었고 외부에서 예측 불가능해 보여도 매우 성과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패배자로 남는 결론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비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고, 덕분에 예상보다 더 잘 소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임'은 이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서 합의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이 사안(북한 관련)에 구체적 진전이 있다면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지칭했다.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들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적 관계, 경제적 유대, 민간 교류로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적절한 수준에서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서방 세계가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미국과 함께 할 것이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중 관계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지 않으면 한국이 두 진영 간 대립의 최전선에 서게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3일 중국에서 전승절 기념식이 진행된 점에 대해 "중국 측이 내가 참석하기를 원했던 것 같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로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됐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타임'은 이 대통령이 한국이 처한 위기 상황도 분명히 인식해 한국을 '재부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고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