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녹취록, 제3자 경험에 불과해…증거가치 낮아""제보자 알 수 없는데다 날짜 및 장소 등 알 수 없어""특검 수사 대상 아닐 뿐 더러 어떤 법 위반인지도 확실치 않아""검증 불가능한 파일로 특검 주장, 황당한 이야기""민주당, 사법부 길들이기 시즌2" 비판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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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익명의 제보자가 제출한 변조 음성 파일을 근거로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을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녹취록은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게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판결을 '알아서' 처리해주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지만 제보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고 음성도 변조된 것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증거 가치가 없는 파일로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세"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이 공식 반박을 한 이후 처음 녹취록을 공개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회동 여부는 정확하지는 않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민주당식 녹취 괴담 정치'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1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의혹은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조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한 전 총리 등 특정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제기됐다. 이는 앞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법사위에서 '익명 제보 녹취록'을 공개하며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증거 가치 없는 녹취록으로 특검 주장, 법조계 "특검수사 대상 아냐"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해당 녹취록은 제3자의 경험에 불과해 증거가치가 확 떨어진다"며 "설령 실제 만남이 있었다 해도 형사처벌 대상인지 불분명하다. 무엇보다 내란특검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특검법상 근거가 없으며, 어떤 법 위반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상황은 대법원장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할 정도가 아니며 특검수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음에도 특검수사를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시우의 송영훈 변호사도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녹취록은 날짜도 특정 되지 않았고 장소도 불분명하며 제보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녹음파일 속 목소리도 동석했던 인물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는데다 심지어 '모른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4월 7일, 10일, 15일을 투망식으로 언급하지만, 이재명 사건은 이미 3월 28일 대법원에 회부된 상태였다.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문했다.
송 변호사는 또 "공당이라면 이런 의혹을 제보로 삼기 전에 내부적으로 진위 여부를 먼저 검증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원진술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한다면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장본인부터 특정돼야 한다. 검증이 불가능한 파일 하나를 두고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고 고려 가치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대법원장이 명확히 부인한 상황에서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혹 제기는 설득력을 잃는다. 실제로 서영교 의원도 한발 물러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DB
◆내란특별재판부·대법관 증원안까지…사법부 길들이기 비판 고조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 공방은 단순한 사실관계 논란을 넘어 여권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시각이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안' 등 사법부 구조 자체를 흔드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입법권을 등에 업고 사법부를 길들이려 한다"며 삼권분립 훼손을 경고한다.
실제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는 법조계에서 헌법 위반 논란이 거세다.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을 겨냥해 사후적으로 재판을 다시 꾸리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이는 곧 개별 사건을 담당할 법관이 사전에 법규범에 따라 정해져야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내란전담재판부'는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의 담당 재판부와 판사를 사후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헌법 27조 1항을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역시 여권 성향의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이 내달 발표 예정인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도 여권의 사법부 장악이란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10명이 현재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될 예정인 상황에서 16명을 더 늘리게 될 경우 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대법관이 26명에 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대법원 전체를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행동하는 자유시민 상임대표 유정화 변호사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할 여당이 오히려 근거 없는 의혹으로 대법원장을 흔드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스스로 허무는 행위"라며 "입법권을 등에 업고 사법부를 길들이기가 일상화되기 시작하면 결국 입법 독재와 권력 분립의 파괴라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