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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현장에서 구호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DB
건설업계의 경영불안정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산업재해와 관련해 정부가 건설사 등록말소, 영업이익 5% 과징금, 선분양 제한 등을 추진하면서 업계 전반이 얼어붙어서다.
일각에선 “주택공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번진다. 한 손으로 박수를 칠 수 없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확대만 외치면 국민 주거안정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정부 스스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건설사를 옥죄는 제재만 쏟아내면 정작 주택공급 차질의 후폭풍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간다. 건설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더 완벽한 박수”만 강요한다면 정부의 주거정책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재해에 대해 강력한 제재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형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면서 "안전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징금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이달 15일 고용노동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엔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을 부과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선 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했다.
등록말소 처분이 되면 해당 건설사는 신규사업, 수주, 하도급 등 모든 영업활동이 중단된다.
여기에 최근엔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선분양을 제한하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분양 제도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고 소비자가 공사기간 2~3년간 내는 계약금·중도금 등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선분양으로 미리 입주자를 확보해 아파트 건설 후 발생할 수 있는 미분양에 대한 위험도 낮출 수 있다. 현재 선분양 제한 대상은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다. 그런데 정부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입주자 모집 시기를 제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설사는 선분양을 못해 공사자금을 대출이나 채권발행으로 직접 마련해야 한다.
행정적 부담은 결국 건설 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규제 강화로 수주 축소, 공사 지연, 공공입찰 참여 저조 등으로 이어져 사업 리스크와 업계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또한 사회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주택공급이다. 가뜩이나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하염없이 오르는 상황에서 수주는 위축되고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현장의 공급은 늘어진다. 이렇게 될 경우 공급이 늦어지며 수요가 기존 아파트에 몰려 가격이 오른다.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SOC(사회간접자본)도 공사비 현실화 부족과 촉박한 공기로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건설현장 내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사고 발생시 매출액의 최대 3%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추진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건설업 매출영업이익률은 3.15% 수준이다.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3% 남기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과징금을 한번만 부과해도 존폐가 결정될 수 있다.
안전사고는 당연히 예방돼야 한다. 아울러 ‘사실관계’를 통해 건설사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건설현장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짧은 공사기간과 낮은 공사비 책정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 해당 부분에 있어선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건설사가 요구한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을 거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2020년 시행 후 산재 사망사고는 크게 줄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안전사고 처벌에 현안이 돼 부족한 공사비·공기, 인력 고령화와 외인화로 현장관리에 어려움이 없는지 등 사전적 예방에는 너무 소홀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상인이 “이 창은 뭐든 뚫는다”고 광고하면서 동시에 “이 방패는 뭐든 막는다”고 자랑한다면 우리는 이를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 확대에 나서기 위해선 반드시 건설사들이 필요하다. 디딤발 없이 공을 찰 수 없듯이 필요한 안전대책과 책임은 필요하겠지만 과도한 규제로 건설사 손발을 묶으면 결국 그 후폭풍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나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