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정부 발표 후 재조사 시국 선언"진상조사 제대로, 한반도 평화 대책 강구하라"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며 1인 시위도野 "다자외교 전쟁터에 외교관 대신 친북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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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지훈 주유엔대사.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차지훈 주유엔대사가 과거 '천안함 재조사'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관 경험이 전무한 차 대사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정부 발표를 불신하며 재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외교의 꽃'으로 불리는 유엔대사에 북한 대변인을 보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 대사는 2010년 6월 24일 '참여연대 국가보안법 수사 중단 촉구 법률가 선언'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 26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정보를 독점한 정부는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면서 "유엔에 (천안함 재조사) 서한을 보낸 참여연대를 매국노로 몰아붙이고, 나아가 국가보안법으로 수사를 진행할 태세"라고 밝혔다.
이들은 요구 사항으로 "정부는 천안함 침몰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국회 등 책임 있는 인사로 구성된 진상조사를 제대로 실시하라"며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지한 대책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같은해 6월 10일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폭침과 관련한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
당시 참여연대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버블제트 중어뢰를 발사해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정부의 결론이 과학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허점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근거로 어뢰 폭발로 볼만한 물기둥 TOD(열상감시장비) 미확인, 어뢰 폭발이라 믿기 힘든 생존자와 사망자, 천안함 절단면 상태, 연어급 잠수함의 실체 등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제작한 천안함 리포트에는 천안함 좌초설 등 음모론도 포함됐다.
참여연대의 이러한 행동은 5개국(한국·미국·영국·캐나다·호주·스웨덴)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10년 5월 2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나왔다. 당시 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고 밝혔다. 어뢰 폭발에 의한 물기둥 영상도 공개됐다. 이후 9월 최종보고서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유엔 안보리는 2010년 7월 12일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손실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한다"며 "북한이 천안함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비춰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에 따라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단체 등이 참여연대가 이적 행위를 했다며 국가보안법 등으로 수사 당국에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북한이 정부 발표 직후 이를 '날조극'이라며 한국 정부의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자체 검증단 파견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참여연대가 이에 동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반면 차 변호사는 이러한 공세를 규탄하며 천안함 재조사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한 것이다.-
- ▲ 2010년 6월 천안함 폭침 정부 조사 발표 이후 재조사를 요구한 성명서 일부.
천안함 재조사를 요구했던 차 대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4년 12월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 주장을 쏟아내면서 차 변호사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보법 철폐는 북한의 오랜 숙원 과제다. 1990년대부터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후 장관급 회담 등에서 수차례 국보법을 없앨 것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문제는 이런 차 대사가 맡은 주유엔대사의 외교적 무게감이 막중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의장국이다. 오는 23일부터는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주간이다. 이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안보리 의장석에서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일정이 눈앞이다. 주유엔대사는 아그레망(외교사절 사전 동의) 절차가 없어서 바로 부임한다.
주유엔대사는 다자 외교의 중요성을 감안해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 출신 인사가 맡아왔다. 주유엔대사를 지냈던 인사들이 이후 영전한 사례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조현 외교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했던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도 주유엔대사 출신이다.
야당은 국익을 우선해 움직여야 할 주유엔대사 자리에 친북 성향 인사가 자리 잡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반도와 국제 사회에서 어떤 분쟁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는데 이념에 기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천안함 폭침과 같은 사건이 다시 재발한다면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던 차 대사는 주유엔대사 타이틀을 달고 북한을 옹호할 것 아니냐"면서 "외교는 그야말로 국익을 앞에 둔 살얼음판 전쟁인데, 이 대통령이 전문 외교관이 아닌 친북 이념을 보인 사법연수원 동기를 임명한 것 자체가 유엔에 우리 대사가 아니라 북한 대변인을 한 명 더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과 국제중재인, 예금보험공사 국제법률자문, 법무부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 등 경력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차 대사가 주유엔대사로 적임자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고도의 국제법 지식과 노련한 협상력을 요하는 유엔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