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반도 비핵화=전략자산 전개 가능 美 철수"李 대통령의 동결-축소-폐기 스몰딜 구상 강조"北과 주고받아야 … 호응 없어도 길게 접근""美와 동맹 현대화, 우리 식으로 해석해야""강경화 주미대사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 완료"
  •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한국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로 규정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복원과 핵·미사일 동결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위 실장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이나 미국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이며, 북한이 이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만, 한국 정부는 정권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연합연습 폐지, 즉 미국 확장억제(핵우산) 무력화로 규정한다.

    위 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그 목표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 정부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빨리 중단시키지 않으면 문제가 점점 악화돼 어려워진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중단한 이후에 축소시켜서 비핵화로 갈 수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3단계 비핵화 접근법'을 언급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1단계는 핵·미사일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는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 스몰딜' 구상을 발표했다.

    위 실장은 "현재 정부가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의 비핵화 로드맵을 갖고 있지는 않다. 사실 그런 로드맵을 만든다고 해도 이는 도식적인 것일 뿐 현실에서 그렇게 유용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선 가장 급한 것은 협상 과정을 복원시키고 '스톱'(동결)시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과) 일종의 주고받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인 노력과 국제적인 공조가 중요하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국제 비확산, 평화, 안보라는 큰 틀이 있는데, 과거 핵협상 과정을 돌이켜보면 상임이사국 간의 공조는 항상 부침이 있었다. 현재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추동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북중러 움직임 등 주변 정세 흐름을 보면 북한이 단기간에 대화에 나설 이유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북중러와 지금보다는 나은 관계, 소통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북한의 즉각적인 호응이 없더라도 긴 시야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간 우리 정부는 안보나 억지력이 손상을 받지 않는 한에서 긴장 완화 조치를 몇 가지 시행한 바 있다. 앞으로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우선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 실장은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와 관련해서는 "관세 협상의 세부사항은 저보다는 다른 분이 주관하고 있고 다른 경제 부처가 하고 있다. 제가 관여하는 부분은 한미 관계 전반"이라며 "저는 총론적 측면에서 관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관세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내용의 합의냐는 것이다. 내용이다. 실현 가능, 지속 가능해야 하고 국익을 적절한 범위에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장은 협상에 진전은 없지만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에게 큰 손해가 되는 합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미 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감당할 수 있고 합리적인 협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미 협상에서 경제 패키지와 안보 패키지가 분리된 배경과 관련해 "이른바 관세 폭탄이 먼저 던져져서 협상했는데 진전이 많지 않다가 우리가 '동맹 현대화' 협상을 출범시켰다"며 "그래서 동맹 현대화 협상이 조금 진전됐고, 그 에너지가 관세 쪽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해서 총체적인 접근을 하려고 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관세와 비관세를 주로 얘기하다가 투자 문제로 초점이 옮겨지는 사이에 안보 쪽에서는 진전이 됐고, 정상회담쯤에는 안보 쪽은 대체로 양해가 이뤄졌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고율 관세가 우리에게 부과되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한미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위 실장은 '한미 간 관세 패키지에 대한 협의가 잘되지 않을 경우 안보 패키지에 대한 협의가 악영향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양쪽(관세·안보) 패키지가 나름의 독자성을 갖고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면서도 "(영향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유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포함한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서는 "동맹 현대화라는 개념은 미국에서 먼저 제기한 것인데 우리는 그 동맹 현대화를 우리의 안보적 소요와 이해에 맞게 해석하고 이에 맞게 대응하려는 입장"이라며 "현재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고도로 높아져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중 간 대립 등 우리 주변 정세가 지난 30년간 많이 변했기 때문에 동맹도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또 "제가 '안보 분야에서 일정한 양해, 진전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동맹 현대화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다 됐다는 말이 아니다"라며 "정상회담 계기에 이뤄진 큰 틀의 합의, 좌표가 마련됐지만, 동맹 현대화에 대한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 큰 틀의 좌표가 있느냐 없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는 우리가 추가로 해야 할 재정적인 역할도 있고, 한미 간에 협의한 사항들이 망라돼 있다"며 "(주한미군에 대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의는 없고 기존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이다. 국방비는 우리가 좀 증액하는 방향으로 '커미트먼트'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는 핵무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우리가 추진하는 원자력 협정 개정은 핵 잠재력이나 핵우산(확장억제)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순전히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 산업적, 경제적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번 달 하순 유엔 총회 참석 후 방한할 예정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선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부가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했다고 공표한 바 있고, 셔틀외교가 있을 수는 있지만 발표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위 실장은 한국 조사선의 독도 주변 해양조사 활동에 대해 일본이 항의한 것에 대해서는 "독도 해양조사는 통상적으로 있는 일이며, 일본이 (이에 대해 항의를) 제기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라며 "독도에서의 일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증폭되거나 여론에 환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꾸 얘기하면 분쟁 대상처럼 된다는 문제가 있다. 독도는 알다시피 우리 영토"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이재명 정부 초대 주미대사에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아그레망 절차(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동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 대사의 아그레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문정 기자
배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