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曺, 尹 탄핵 후 李 재판 알아서 처리 언급""한덕수·정상명 등 자리에 있었다" 의혹 제기서영교, '익명' 녹취 공개하며 같은 의혹 제기 전언의 전언 형태 … 묻혔다가 몇 달 뒤 되풀이野 "전형적 공작정치 … 늘 쓰는 저열한 방식"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거취를 압박하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특정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민주당이 퍼뜨린 '청담동 술자리' 음모론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부승찬 의원의 의혹 제기가 만약 사실이라면 조 대법원장을 어떻게 해야 하겠나"라면서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의 수장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 스스로 언론인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을 게 아니라 스스로 답할 때가 됐다"며 "내란특검은 제기된 충격적 의혹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부 의원은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제보가 있었다"면서 조 대법원장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 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 씨(김건희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최측근)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에게도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 부 의원의 주장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5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서 의원은 "제보를 받았다"면서 익명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 속 인물은 "나도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데 4월 4일 윤석열 탄핵 선고가 끝나고 4월 7일인가 10일인가 15일인가, 그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하여튼 그때쯤 조희대 대법원장, 정상명, 김충식, 한덕수하고 네 명이 만나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4명이서 한 얘기가 다음 대통령은 내각제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녹취가 끝나자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라고 전제한 뒤 "녹취록이 있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처음 듣는 내용이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우리 대법원장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의혹은 묻히는 것 같았으나 최근 '지라시'(사설 정보지) 형태로 정치권에 퍼지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비협조적인 사법부를 압박하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거론하자 의혹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지라시에는 "특검 수사에서 유의미한 증거가 포착되었고 주요 인사에게 사전 고지가 이루어졌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버들은 지라시 확산에 가담했다. 

    하지만 민주당발 의혹은 출처, 사실관계,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이 공개한 녹취는 '전언의 전언' 형태였고, 부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밝힌 내용은 넉 달 전 서 의원이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근거 없는 것 하나를 갖고 비틀어서 대법원장 사퇴까지 몰고 가는 저열한 방식은 늘 민주당이 쓰는 방식"이라며 "그 부메랑은 민주당에, 이재명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주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방송에 나와 "전형적인 공작정치"라며 "저 말(조희대 의혹)을 듣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던 김의겸 의원의 법사위 장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의겸 전 민주당 의원은 2022년 국회 법사위종합감사에서 윤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강남구 청담동 바에서 변호사 30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법원은 한 전 대표가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 전 대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불복하고 지난달 항소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자 그가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넉 달간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조 대법원장, 한 전 총리와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인물로 지목된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과 고등학교 선후배지만 한참 후배여서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고 전화번호도 없다"면서 "한 전 총리도 사적으로 만난 경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 전 총리 측도 "한 전 총리는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체 없다"고 밝혔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제주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부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제보를 받은 게 부 의원 혼자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상당 정도의 검증과 실체적 확인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