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조금 과장해서 마무리됐다고 한 것""비자 문제, 정상회담 의제에 없어"김민석 "대미투자 협상 진행 중 … 내용 비공개"
  • ▲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9.16. ⓒ이종현 기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초기 대응과 외교 전략이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실이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해당 발언이 과장된 것일 수 있음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외교부의 대응 능력과 비자 문제에 대한 전략 부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에게 "이번 조지아주 구금 사태가 났을 때 이틀 만에 강훈식 비서실장이 '다 해결됐다,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하지 않았느냐"면서 "이 발표는 외교부 장관과 협의한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조 장관은 "그날 아침에 제가 마침 대통령실에 다른 일로 보고를 하러 들어갔었고, 그 자리에 비서실장, 정책실장, 안보실장 세 분이 있는 자리에서 거의 다 해결이 됐다는 점을 말씀드린 바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거의 다 해결이 됐다고 보고했는데,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건가, 워딩에 대한 상의는 없었느냐'고 재차 묻자 조 장관은 "제가 조금 과장해서 마무리됐다고 한 것 같기도 하다"고 시인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다 된 것처럼 발표하고, 나중에 드러나면 다 끝난 게 아니라는 식의 설명은 문제"라며 외교적 대응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조 장관은 "사안이 그때 워낙 엄중하고 국민 여러분께서 구금된 우리 국민의 안위에 관해 워낙 관심이 컸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그렇게 낭보를 말씀드렸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체포·구금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조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번 체포·구금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조지아주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이번 사건을 두고 '범죄를 저지른 것은 피구금자가 아니라 미국 정부'라고 하면서 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면서 체포·구금 과정에서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연행자 중 일부는 적법한 비자 상태인데도 불법으로 간주해서 추방했다는 보도도 있는데 확인해 보셨냐'고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억류됐던 모든 분들을 직접 또는 기업을 통해서 접촉해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일간의 부당한 차별 대우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은 사실은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비자 문제가 과거 한 차례 문제를 겪은 오래된 과제임에도 이번 정상회담 논의 대상에서 빠진 점을 지적했다.

    배 의원은 "미국과의 비자 문제는 해묵은 문제"라며 "2020년에도 조지아주 SK 공장에서 이스타 비자로 일하던 13명의 한국 근로자가 체포·구금되고 자진 출국했는데 이번과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규모 투자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는데 비자 문제를 담아야 한다고 건의했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한미 양측에서 정상회담의 합의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이슈를 제기했다"고 했지만, '실제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정상회담에서는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배 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현안을 빠뜨리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지금 주미대사도 공석이고, 많은 영사와 업무 담당자들이 귀국해 총영사를 비롯한 현지 대응 인력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사태가 일어난 즉시 주미 총영사를 현장으로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정상회담 준비 과정부터 오찬까지 쭉 생각해 봤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비자 문제까지 제기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배 의원은 국무총리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전략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미투자액 5000억 불이면 697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우리가 과연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물었다.

    김민석 총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지금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협상 방안에 대해서도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는데, 그것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과정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는 협상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면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