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원장 그리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국민 뜻 앞세워 합법 절차로 전체주의 체제 구축野 "李·민주당, 히틀러 나치 정권 행태와 닮아"
  • ▲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는가."

    대법원이 여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구상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부 수장의 '탄핵'을 시사하며 던진 발언이다.

    이는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이러한 발상을 "히틀러 나치 정권의 행태"에 빗대며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사법부 독립 수호를 위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행태는 히틀러 나치 정권 행태와 너무 많이 닮았다"며 "나치 총통을 꿈꾸는 것으로, 독재와 파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직접 선출된 권력이 최상위에 있다'는 말은 집권여당이 권력의 최정점이며 사법부 위에 군림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며 "선출된 권력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독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 "나치도 전후 혼란과 불안을 틈타 독일 의회를 장악하고 다수당의 입법권력을 이용해 수권법을 만들었고, 형식적 민주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재 권력을 만든 뒤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히틀러 총통 시대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의 검찰·사법개혁이 삼권을 모두 장악해 독재를 시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을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히틀러는 1934년 힌덴부르크 대통령 사망 후 대통령과 총리직을 합하는 '총통직 신설'에 대한 찬반투표를 붙여 압도적인 찬성으로 취임했다.

    이보다 앞서 '국민과 국가의 곤경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수권법을 통과시켰고, '히틀러 내각'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의회 권력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겉보기에는 합법적 절차였지만, 그 내면을 보면 폭력, 협박, 회유가 결합됐고, 의회의 입법권과 헌법적 견제는 유명무실해졌다.

    히틀러와 나치당이 통치한 나치 독일은 급기야 '인민법정'을 설치해 '국민의 적을 처벌한다'는 미명하에 반대 세력을 처단했다. 법과 절차는 사라지고 오직 '총통의 의지'가 법으로 작동한 시대였다.

    히틀러의 전체주의 독재는 쿠데타가 아닌 '법률'이라는 합법적 형식을 빌려 구축됐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패'에 대한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역사적 사례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와 내란특별재판부, 검찰·사법개혁 등 입법을 밀어붙일 때마다 '국민의 뜻' '국민의 명령'과 연결지으면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면서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고,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고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내란특판 입법 추진을 사실상 정당화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며 '권력의 서열'을 주장했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는 선출직이 임명직보다 상위에 있다는 뜻으로, 해당 발언은 국민적 여론과 정치권, 법조계·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삼권분립이라는 근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충격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법원은 여권이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는 내란특별재판부와 사법개혁에 결국 지난 12일 전국법원장 임시회의를 열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조희대 대법원장도 같은 날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도리어 대법원장 탄핵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넘어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통령 위에 있나.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닌가"라고 탄핵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대통령 위에 있나"라는 정 대표의 발언은 사법부가 선출된 행정수반보다 '하위 서열'이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대통령실도 전날 조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은 논란이 거세지자 같은 날 "관련된 입장은 없다"라면서 선회했고, 하루가 지난 이날 "조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민주당도 '특별'이라는 수단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내란특별재판부 대신 '내란전담재판부'라는 용어를 내세우고 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희용 사무총장을 비롯한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운운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지만 본질은 명확하다"며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할 사안을 정치권이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도 재판도 판결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인민재판부 설치와 다를 바가 없다"면서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정권의 입맛대로 대법관을 임명해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삼권분립이 거추장스럽다면 이 대통령도 개헌을 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를 맡으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내란특별재판부 문제와 이로 인해 촉발된 '권력 서열' 논란을 두고 "대통령제 근간을 붕괴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에 "직접 선출과 간접 선출 방식은 헌법상 공직자에 임명하는 방식만을 의미할 뿐 모두 헌법에 입각해 국가의 공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여권의 논리라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이 하극상이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권력에 서열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대통령제의 근간은 무너져버리는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인 법치와 권력 분립에 지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