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추미애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해야 촉구"대통령실, '사퇴론' 질문에 "원칙적으로 공감"논란 일자 입장문 내고 "구체적 의견 없다" 해명법조계 "당정 합세 대법원장 공격, 전대미문""사법부 길들이기 의도'…필리핀 두테르테식' 정치"
  •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입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가운데 대통령실도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직후 시작됐다. 하지만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는 헌법 84조를 이유로 법원들이 이 대통령 사건 재판을 미루면서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대법원이 '사법 개혁'에 반대 입장을 내놓았고, 전국법원장 임시회의를 개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것을 두고 "사퇴 촉구에 동조하는 것 자체로 위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이 여당과 합세해 사법부 수장을 공격하는 것은 헌정사상 전대미문"이란 지적도 나왔다.
    ▲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연합뉴스

    ◆ 대통령실, 與 대법원장 사퇴 촉구에 "공감"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등 여당에서 제기된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임명 권력으로서 그러한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그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공개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강 대변인은 "아직 저희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국회가 어떤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선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말했다.

    또 여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추진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입법부 자정 능력과 내부적 협의 능력을 의심하기보다는 천천히 지켜보고 그 논의 과정에서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 입장은,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서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하며, 대통령실은 그러한 시대적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며 해명했다.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당정의 사법부 흔들기, 위헌적 태도"

    민주당이 또다시 조 대법원장을 압박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조 대법원장은 구성원이 아니어서 회의장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대법원은 "최고 법원(대법원) 구성과 법관 인사 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사법 제도 개편을 위해 폭넓은 숙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조 대법원장을 사퇴하라고 나선 것에 대해 법조계는 "헌정사상 전대미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합세해 사법부를 흔드는 것 자체가 위헌적 태도"라며 "'독재'를 방지하는 기관인 사법부의 수장을 국회와 대통령실이 합세해 공격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법원장 사퇴 촉구는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후 대법원장 탄핵론을 꺼냈듯,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을 미리 대비해 사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 내란재판부 등 정부와 여당이 합세해 추진하고 있는 사법 개혁이 통과하면 '필리핀 두테르테식' 정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란 재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압박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로 기소된 인사들의 1심도 한창 진행 중이고, 특검 출범 후 기소된 야당 인사들의 재판도 곧 시작되는 시점에서 사법부에 미리 압박을 넣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