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찬 "野 탄압도 모자라 국민 상대로 사기극"나경원 "국민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힌 외교"송언석 "얻은 것 없는 '쭉정이 회담'이었다"
  • ▲ 지난 8월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는 정부·여당의 자화자찬이 나왔으나, 2주가 훌쩍 넘은 15일 현재까지 '합의문' 발표는커녕 양국간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아무런 소득도 없는 '굴욕 외교'였다"는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140분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영화로 보면 극적 반전이 있는, 잘 찍은 화제작"이라고 평가하며 "'인간 트럼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로 성공적인 회담이 가능했다"고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미동맹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었다는 소회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호평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같은 '칭찬 세례'와는 달리, 현장에선 이번 회담이 '비정상적인 정상회담'이었음을 시사하는 징후가 뚜렷했다.

    앤드루스 공항에 이 대통령을 마중 나온 인사는 미 국무부 부의전장인 에비게일 존스 한 명뿐이었고, 비공개회담을 마친 후에도 배웅에 나선 것은 모니카 크롤리 국무부 의전장뿐이었다.

    정상회담이 끝났음에도 양국은 합의문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회담에 앞서 한미 협상단은 미국에 4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으나, 정작 양국 정상이 합의하지 못하면서 자동차 관세는 지금도 25%로 부과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노력도 불발에 그쳤다.

    지난 14일 김 장관은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고, 대통령실은 "한미가 서로 영점을 맞춰가는 중"이라며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 "정부 말 믿고 안도했던 대한민국 국민만 바보돼"

    이를 두고 야권에선 "이번 정상회담은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며 "대통령실은 이를 즉각 해명하고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을 온 국민이  가슴 졸이며 지켜봤지만, 회담이 종료된 뒤 어찌된 일인지 합의문도, 공동성명도, 공동기자회견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호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배웅조차 받지 못했다고 언급한 박 위원장은 "뭔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으나 성공적 회담이었다는 이재명 정부의 발표에 온 국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되짚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합의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 된 회담이었다'고 브리핑했고, 민주당은 '120점짜리 정상회담이었다'는 성명까지 발표했지만, 이게 웬일인가. 뒤늦게 이제와서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상호관세 15% 합의도, 대미투자 합의도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금방 들통난 거짓말을 왜 이리 쉽사리 발표한 것인가.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는 이재명 정부의 말만 믿고 안도했던 대한민국 국민만 바보가 되고 말았다"고 개탄한 박 위원장은 "이재명 정권은 야당 탄압도 모자라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거론했다.

    박 위원장은 "도대체 무엇이 성공적이었단 말인가. 햔미정상회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의 진상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하고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 "자화자찬하더니 돌아온 것은 근로자 구금과 추방"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마디로 이재명 대통령의 체면을 지키려, 국민 어깨에 무거운 짐을 얹힌 외교"라고 혹평했다.

    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외교적 결례는 피했을지 모르지만,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 회담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포고문 서명식에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한국이 상호관세율을 낮춘 것이고, 한국이 재협상을 원하지만 무엇을 얻진 못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결국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미국이 90%의 이익을 취하기로 했다는 내용 등, 아직 불분명한 협상 이슈의 어떤 것도 제대로 우리 국익을 챙기지 못한 상황"이라며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이전, 알래스카 LNG공동개발 참여, 미국산 무기 대규모 구매와 같은 새로운 요구로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를 두고 "이 대통령의 외교 참사"라고 비난한 뒤 "관세 협상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더니 돌아온 것은 근로자 구금과 추방뿐"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을 시간이다. 야당에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한미정상회담은 얻은 것 없는 쭉정이 회담이었다"며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 공장에서 일하던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처참하게 끌려갔다. 낯 뜨거운 '명비어천가'를 부를 때가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