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비판' 김종민 변호사 '페북' 차단전한길 유튜브 채널 줄줄이 '노란딱지' 붙어 "정권에 쓴소리 하니 집단적으로 페북 신고"김어준 채널은 멀쩡‥"우파죽이기 정치검열" 中, '여론 분석 소프트웨어'로 페북 감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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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 등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제도 개편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김종민(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의 페이스북 계정이 지난 14일 차단됐다가 만 하루 만에 풀리는 일도 있었다.
차단 해제 후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재명 정권의 검찰개혁안이 중국 형소법을 그대로 베낀 '중국식 공안통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글을 누군가 신고한 것 같다"면서 "페북 차단 조치의 발단은 누군가 이재명 정권에 쓴소리를 하는 제 계정에 좌표를 찍어 집단적으로 페북 측에 신고한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온 우파 인사들의 SNS와 유튜브가 잇달아 제재를 받는 일이 일어나자 "정권에 비판적인 게시물과 계정을 차단하는 것은 일종의 검열"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석연찮은 차단 조치는 규정 위반에 따른 일반적 제재가 아닌, 일종의 '정치 검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페이스북 본사는 지난 14일 김 변호사에게 "사진이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것 같다"면서 자사의 '인신 착취'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진 삭제'를 통보했다.
당시 김 변호사가 올렸던 사진은 경찰이 '검사 등에 의한 수사 10중 통제 프로세스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배포했던 언론보도용 표였다.
페이스북은 성매매 조장이나 불법 입양 협조, 모든 종류의 노예 또는 강제 노동 조직을 언급하는 것을 '인신 착취 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올린 게시물은 이와 전혀 무관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김 변호사의 페이스북이 차단된 사실이 보도된 다음날 페이스북은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차단 조치를 풀었다. 특정 계정의 게시물이 자사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명확하다면 페이스북이 만 하루 만에 이를 해제할리 만무하다.
더욱이 SNS 제재 피해를 호소하는 인사들 상당수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우파 성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동훈 암살조' 등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음모론을 퍼뜨린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이 유튜브 본사로부터 수익 금지나 차단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은 현재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가 페이스북의 판단 착오나 기술적 오류가 아닌, 사실상 '정치적 검열'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유해 콘텐츠 자동 차단 시스템 ‥ 일부 세력이 '악용'
각각 수십억 명의 이용자와 구독자를 거느린 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META: 페이스북 모회사)'와 '알파벳(Alphabet Inc.: 구글·유튜브 모회사)'은 자체 개발한 AI를 통해 유해 콘텐츠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모든 콘텐츠를 사람이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두 기업 외 여타 빅테크 기업들도 부적절한 콘텐츠를 AI에 의존해 걸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올라오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AI가 감시하고, 사용자들이 신고한 콘텐츠를 자동 감지 시스템이 확인해 자사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여부를 판단·조치하는 시스템을 병용하고 있다.
문제는 각 사가 이러한 AI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부터 부적절하거나 규정 위반이 아닌 평범한 콘텐츠들이 차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김 변호사처럼 언론 기사의 링크를 공유한 게시물들이 커뮤니티 규정 위반으로 차단되거나 비공개로 전환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동종 피해를 호소하는 네티즌들은 "폭력을 조장하거나 누군가를 혐오하는 발언이 아닌데도 노출이 차단됐다"며 페이스북 측에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페이스북의 공식적인 답변은 요원한 상황이다.
IT 업계 일각에선 단기간에 다량의 신고가 접수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AI가 이를 '위험 신호'로 감지,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시스템을 일부 세력이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누군가 SNS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면, 특정 진영에서 이를 '혐오 발언'으로 신고하고, AI가 커뮤니티 규정 위반으로 차단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I의 판단에는 정성적 평가 외 정량적 평가가 포함될 수밖에 없어, 신고 횟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차단될 확률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견해다.
◆ 中 '늑대전사' 외교 ‥ 전 세계 SNS 감시 활동 의혹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정부 기관들은 자국 내 감시망을 해외까지 확장해 중국에 적대적인 게시물들을 추적·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 매체나 공안, 군부 등 다양한 중국 기관이 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 게시물을 수집하거나 특정 이용자들의 채팅 내용까지 분석하는 '여론 분석 프로그램'을 민간 개발 업체에 주문해 운영 중이라는 게 해당 보도의 골자다.
이 프로그램은 중국 체제에 위협이 되는 보도를 하거나 유포할 경우 자동으로 경보를 발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 국내 정치권에선 SNS 등을 활용한 심리전과 여론전을 펼치는 데 해당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지난 3월 "페이스북의 전직 글로벌 공공정책 책임자가 '페이스북이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콘텐츠를 검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잠재적 방법에 대해 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했음'을 폭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페이스북이 과거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해 일종의 '검열 도구'를 개발했었다는 내부자의 폭로가 보도되자, 메타는 사실 관계를 부인하며 "당시 중국 시장 진출을 고려했으나, 중국에서의 서비스 운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은 우리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위 '늑대전사(Wolf Warrior)'로 불리는 중국의 공격적인 사이버 외교는 전 세계 국가들의 SNS 플랫폼에서 반중 인사 비방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이 같은 중국의 '사이버 외교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크리에이터는 "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한 진행자가 국내 백신 정책을 비판한 유튜브 영상이 차단된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해당 영상 썸네일에 당시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야당 대표의 얼굴이 걸려 있었고, 불특정 다수가 모 우파 성향 유튜브 채널을 '청소년 음란물 방송'으로 허위 신고하는 바람에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허술한 커뮤니티 정책과 검열 시스템이 보수우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