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K리그1 29라운드에서 안양에 1-2 역전패유인수 퇴장이 경기에 찬물그렇지만 모든 것을 걸고 뛴 10명의 선수들, 제주의 희망
  • ▲ '학범슨' 김학범 제주 감독이 커리어 최대 위기에 몰렸다. 그렇지만 제주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금 제주SK에 '희망'이 있는가. 

    제주는 현재 6경기 연속 무패 행진(2무 4패)을 달리고 있다. 8월에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무 2패에 머물렀다. A매치 휴식기 반전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14일 FC안양과 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했다. 

    제주는 승점 31점에 머물며 K리그1 '11위'로 추락한 상태다. 이대로 간다면 죽음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강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다이렉트 강등되는 12위 대구FC와 격차도 9점밖에 나지 않는다. 대구는 2연승을 달리며 반전 동력을 갖췄다. 

    이런 제주에 희망이 보이는가. 얼핏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특히 안양과 경기를 제대로 본다면, 이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강등되지 않겠다는 간절함과 절실함. 자세히 보면 눈에 보인다. 제주 선수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무기력하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쥐어짜면서 투혼을 발휘했다. 제주에 희망을 볼 수 있는 그 모습이다. 

    전반은 제주가 경기를 지배했다.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고, 팀워크, 점유율, 슈팅, 기세 등 제주가 모든 부분에서 앞섰다. 그리고 선제골도 넣었다. 전반 13분 송주훈이 문전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안양 골망을 찢었다. 이때까지 분명 제주는 강한 팀, 매력적인 팀, 힘이 나는 팀이었다. 

    그러나 전반 23분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제주 유인수가 안양 야고에게 고의적으로 거친 파울을 했다. 위험한 지역도 아니었는데,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쓸데없는 파울을 했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냈다. 이후 비디오판독(VAR)을 거치자 카드 색깔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퇴장이었다. 

    1명이 부족한 제주는 기세를 안양에 내줘야 했고, 안양은 반코트 경기를 펼치며 제주를 두드렸다. 전반 35분 토마스의 동점골, 후반 35분 유키치의 역전골이 나왔다. 안양은 제주를 잡고 올 시즌 첫 3연승을 내달렸다. 

    유인수는 반성해야 한다. 팀에 사과해야 한다. 제주 팬들에게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반칙을 해서 팀 전체에 큰 피해를 줬다. 압도적 흐름을 가졌던 제주를 뒤로 밀려나게 했다. 한 명의 돌발행동에 의해 팀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유인수 퇴장이 없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인수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이것 역시 팀 책임이다. 팀원이 일탈을 하면 모두 함께 모아 그 일탈을 메워야 하는 책임이 있다. 또 축구는 변수의 싸움이다. 이런 돌발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해 내느냐에 따라 팀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1명이 부족한 제주. 돌발 변수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주는 잘했다. 10명이 싸울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10명이 싸우면서도 수비에 집중하지 않았고, 역습을 시도했다. 또 10명의 수비는 안양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수적 우세를 점한 안양이지만 고전했고, 후반 막판 가까스로 역전골을 넣을 수 있었다. 제주의 저력이 보였다.  

    11명이 해야 할 일을 10명이 나눠서 한 것이다. 투지와 투혼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제주 선수들은 진심으로 열심히 뛰었다. 모든 것을 걸고 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쓰러진 제주 선수들. 이렇게 그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눈에 보인다. 

    역전패를 당했지만, 제주 선수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이 경기를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제주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줄 것이다. 

    제주의 희망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유인수와 같은 돌발 변수를 막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팀 내에서 교육과 조치 등이 필요하다. 돌발 변수에 잘 대처를 한다는 가정 하에, 안양전처럼 뛴다면, 그렇게 모든 것을 걸고 질주하면 분명 분위기는 바뀐다. 이런 간절함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반전할 수 있다. 희망을 얻을 수 있다. 
    ▲ 제주의 남태희가 안양전이 끝난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학범슨'도 이런 힘을 믿고 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 김학범 제주 감독. 성남 일화에서 K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지략가. 한국 축구팬들은 이런 그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위대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본떠 '학범슨'이라고 불렀다. 

    강등권에 속한 감독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금이 김 감독 커리어에서 '최대 위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핑계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제주가 현재 열악한 상황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5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2명을 뽑았다. 다른 팀들이 여름 이적시장 효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것과 다른 분위기다. 안 그래도 스쿼드가 얇은 상황에서 김준하, 최병욱 등이 U-20 대표팀에 차출됐다. 

    설상가상. 제주의 유일한 스트라이커 유리 조나탄이 누적 경고로 안양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여기에 유인수의 퇴장 변수까지. 꼬이고 꼬였다. 

    여러 악재가 겹쳤지만 김 감독은 이에 대한 말이 없다. 선수 탓도, 환경 탓도 없다. 자신의 탓, 자신의 부족함, 자신의 책임만 언급할 뿐이다. 이것이 '학범슨'의 방식이다.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다 보면 반전의 틈이 보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학범슨'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말보다 행동, 변명보다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는 방식이다. 핑계를 찾을 시간에 공부를 더 하는 지도자다.  

    제주 선수들이 모든 것을 다 걸고 뛸 수 있는 원동력은 감독으로부터 나온다. '학범슨'의 단단한 책임감으로부터.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 제주 선수들이 안양전만큼만 열정적으로 뛰면, 반드시 희망은 찾아올 것이다. 

    6경기 연속 무승. 강등 위기. 이에 대한 '학범슨'의 답은 이랬다.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안되고 있다.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안양=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