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서 정청래·김병기, 화기애애한 모습 연출당정대 고위급도 與 지도부 갈등 봉합에 총력"만찬 회동, 金 달래주고 입지 강화시켜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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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거진 '지도부 갈등'이 전날 당·정·대 만찬을 계기로 봉합 수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이번 회동이 정청래 대표의 '자기 정치'에 제동을 걸고 김병기 원내대표의 입지를 키워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 12일 최고위회의에서 상호 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냉랭한 기류가 역력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정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당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고, 당무를 보다 더 철저하게 지휘하고 감독하고 체크하겠다"며 "잘못된 일이 있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즉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기 원내대표께서 여러 가지로 마음 고생 심하고 힘든 며칠 보낸 것 같다"며 "우리 김 원내대표께 위로드리고 더 힘내시라(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웃음으로 화답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하며 화해 무드를 이어갔다.
두 사람의 화합의 자리는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마련됐다. 전날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만찬은 김 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고,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자리에 배석했다.
결국 당·정·대 고위 인사들이 만찬 회동에 총출동해 여당 지도부 갈등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번 만찬 회동을 두고 단순한 갈등 봉합을 넘어 최근 비판이 제기된 정 대표의 '자기 정치'에 제동을 걸고, 김 원내대표를 달래는 성격이 더 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찬장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 것으로 해석됐다. 정 대표는 만찬장에 홀로 입장하며 "아이고, 이렇게 카메라까지. 난 전혀 몰랐네 이렇게"라고 언급했고, 정 대표는 최근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 우 수석이 맞이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김 총리, 강 실장과 함께 들어섰다. 김 원내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정 대표와 악수를 나눴고 "가끔 싸워야 되겠다" "부부나 형제나 다 싸우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위험한 것"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자리에 착석한 뒤에도 김 원내대표는 당당해 보이는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다시 얘기하지만 티격태격 얘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아무 것도 없는 게 위험한 것 아니냐"면서 정 대표를 향해 "안 그래요? 아무 것도 없으면 위험한 것이다. 부부싸움 안 하나. 그러면 그 부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미소를 띠었지만, 생중계를 본 네티즌들은 "정 대표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표면적으로 지도부 갈등을 정리하는 자리였지만, 실상은 김 원내대표를 달래고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며 "고위 인사들이 지도부를 다독이면서도 정 대표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김 원내대표의 입지를 부각시켜준 성격이 엿보였다"고 진단했다.
앞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여야 특검법 합의안을 뒤집고 당내 책임 공방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노출됐다. 정 대표가 협상안에 대해 "지도부 뜻과 다르다"고 언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고, 김 원내대표는 '사전 소통'을 강조하며 책임 전가에 대해 반발했다.
정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격노'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던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2일에도 "우리는 동지"라며 화해 제스처를 취한 정 대표에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김 원내대표와 지지자가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에는 그가 "때가 되면 말하겠다"고 회신한 것이 포착됐고, 해당 문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했다.
이에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책임론에서 발을 빼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만찬 회동에 앞서 지난 13일 당내 분란에 대해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김 원내대표의 사과는 정부 임기 초반에 여당 지도부의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용산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됐다. 당 관계자는 "만찬 회동이 곧바로 이뤄진 것도 김 원내대표의 면을 살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당·정·대 만찬 회동을 계기로 지도부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만찬) 결과는 오늘 최고위에서 입장하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표정, 서로 웃는 얼굴에서 그 결과를 보셨으리라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그리고 정 대표는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하루에도 두 세 차례씩 소통하고 있다는 말씀 다시 드리면서 국민과 당원들께서 걱정하실 일 없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