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배터리 제조, 아시아에 의존""韓, 해외 배터리 생산능력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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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을 급습·구금에 참여한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 애틀랜타 지부(ATF Atlanta)는 엑스(X, 옛 트위터) 갈무리. 250904 ⓒ뉴시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현대자동차 배터리공장 구금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배터리를 만드는 데 아시아의 전문기술력에 여전히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자책골을 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현지 직접투자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워싱턴에 경고한 것(warned)"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12일(현지시각) '트럼프의 현대차 단속, 미국에서 배터리 브레인을 유출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이민 규정과 현대차 급습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대규모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주 조지아 엘러벨에 건설 중인 현대차 배터리공장에서 대대적 단속을 벌여 약 475명의 근로자를 체포했다.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이번 조치는 국토안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사업장 단속으로 기록됐다.
포린폴리시는 "이번 단속은 오랜 동맹국인 한국과의 외교적 불씨를 지폈으며 미국 배터리산업의 현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미국 산업은 자체 성장을 위해 여전히 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현대차 단속이 투자위축을 더욱 부추길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문가들을 인용해 "외국기업들이 해외진출 초기에 자국 인력을 우선 투입하고 이후에 현지 인력을 훈련하는 방식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현대차 사건은 미국 배터리 제조기술의 상태를 드러냈다"면서 세계 배터리산업의 절대 강자인 중국에 이어 일본, 한국이 글로벌 배터리 강국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기업들은 해외 배터리 생산능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업체들은 전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의 20% 이상을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을 강조하며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배터리와 반도체 투자 유치를 독려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번 단속은 미국이 동맹국 인력 없이는 대규모 생산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확인시켰다는 평가다.
컨설팅업체 하우스 마운틴 파트너스의 크리스 베리 대표는 포린폴리시에 "기술의 구축과 확장에 우린 외국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노동력만으로는 외국 도움 없이 이처럼 극도로 기술적으로 정교한 공장들을 건설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민단속 이후 현대차 배터리공장 건설이 지연된 것에 대해 "자책골과 다름없다"며 "우린 지금 얼굴이 밉다고 코를 자르고 있는 셈(cut off our nose to spite our face)"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해외 인재를 배제하면서 자국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