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본식 투자 구조·이익배분방식 수용 요구 … 韓 '수용 불가'
  • ▲ 한미 관세 협상을 마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월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의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협의를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그러나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구조와 방법, 이익 배분 방식 등을 놓고 양국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 장관은 협상 결과 등을 묻는 질문에 "양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는 러트닉 장관이 '일본식 모델' 수용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일본 모델이라기보다는 어차피 관세 패키지가 있는 상태"라며 즉답을 피했다. 미국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수용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은 직접 투자를 5% 수준으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보증·대출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일본식 투자 구조와 이익 배분 방식을 고수하면서 합의 문안 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되, 투자금 회수 전에는 50대 50, 회수 후에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동차 관세 인하 혜택을 얻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는 얻으러 간 게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관세 증액을 최대한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 사인하지 못했다고 비난하지는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미국은 한국이 한미 관세 및 무역협정에 끝내 서명을 거부할 경우 15%로 합의한 상호관세를 25%로 높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러트닉 장관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인 11일(현지시각) CNBC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며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는 그들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7월 말 양국 합의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물론 25%의 관세 폭탄은 피했지만,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0%에서 미국과의 FTA 미체결국인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로 인상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사진)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미 투자펀드가)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부분은 해답을 달라고 하고 있다"며  "(양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익 분배 등 내용도 중요하지만 350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해 운영하느냐 이 문제가 한국에선 선결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미국 쪽에 이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200억~300억 달러를 넘기기 어려운데, 특별히 외환 쪽 통화스와프 등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일본은 기축통화에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투자 협상이 교착되면서, 한미 FTA로 유지되던 자동차 무관세가 25%로 치솟아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