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별재판 설립, 삼권분립 자체 허무는 것""평등권 침해이자 법치주의 파괴""헌법을 무용화 시키는 것=불법국가로 가는 길""국민의 요구? 특정 정당 지지층 목소리 포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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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인터뷰 하는 영상을 보는 시민들 ⓒ뉴데일리 DB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특별재판부에 관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거론한 것을 계기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재판부 설치 입법 강행 의지를 보이자 헌법학자들과 법조계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나왔다.
전문가들은 "위헌 소지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명백히 위헌"이라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정인(사건)을 겨냥한 법은 법이 아니다 … 인민재판 될 것"
이호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장(전 한국헌법학회장)는 내란특별재판부 자체가 헌법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판의 독립이란 사법부가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서 보장되는 것이지,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을 직접 설계하는 건 삼권분립 자체를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법 앞의 평등 원칙을 강조하며 그는 "법은 일반성을 가져야 한다. 누구를 불리하게 하거나 유리하게 할 의도를 가지고 법을 만드는 순간, 그건 더 이상 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내란특별재판부를 만든다는 건 이미 특정 사건을 겨냥한 것"이라며 "평등권 침해이자 법치주의 파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모든 법은 여신의 눈을 가린 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 사건, 이 사람'을 전제로 만든다면 법이 아니라 답정너 국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적 요구'라는 명분에 대해서도 그는 "국민이라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법은 국민의 일시적 감정에 종속돼선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인민재판"이라고 했다.
그는 "다수결이 민주주의가 아니다. 다수의 폭정을 경계해야 한다. 51%가 49%의 권리를 빼앗는 것도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압제"라며 "국민의 요구란 결국 헌법에 담겨 있는 것이고, 이미 그 원칙대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이 보장돼 있다"고 역설했다.-
- ▲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심판정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에 근거 없는 제도 … 독일 나치의 전철 밟을 수 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 명예교수도 내란특별재판부가 헌법의 틀을 넘어선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을 만든다고 해도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 내란 사건은 형사 사건이고, 당연히 일반 형사 법원이 담당하면 된다. 이를 따로 법률로 정해 특별재판부를 만든다는 건 특정화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논리대로라면 마약 특별재판부, 외환 특별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 헌법은 이런 식의 무분별한 특수 재판부 설치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사법부의 조직 틀은 헌법이 정한 것인데, 입법부가 임의로 바꾸면 결국 헌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헌법이 무용화되면 법치국가가 아니라 불법국가가 된다. 그럼에도 정치 다수를 앞세워 강행한다면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요구'라는 명분을 문제 삼았다. "전체 국민이 아니라 특정 정당 지지층의 목소리를 국민이라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다수결을 절대화하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선과 독재다. 민주주의는 타인의 존재와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 비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1930년대 독일 나치당은 과반을 얻지도 못했지만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헌법 효력을 중지시키고 총통제도를 도입했다. '국가 위기를 넘기자'는 명분이었지만, 결국 헌법이 무력화되며 전제국가가 됐다"며 "헌법을 지키지 않고 무용화하는 것은 전제국가의 전조이며 내란특별재판부도 같은 길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DB
◆법조계 "사법권이 입법권에 종속될 수 없어 … 명백한 위헌"
법조 현장의 시각도 비슷하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시스템 설계는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그 안에서 재판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는 사법권이 입법권에 종속될 수 있다는 취지다. 삼권분립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으로 사실상 입법 독재를 하자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헌법 제96조 2항은 법원은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각급법원이란 특허법원, 가정법원처럼 사건 종류에 따라 법원조직법에 근거해 설치된 법원이지, 특정 사건만 겨냥한 임시 재판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내란특별재판부는 특정 사건만을 담당하도록 법률로 정한 것이므로 헌법 위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내란특별재판부가 사법부 독립을 흔들고, 법의 일반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정치적 의사를 '법'이라는 외피로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를 '법 없는 국가'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호선 교수는 "상식적으로 조선시대보다 못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 했고 김상겸 교수는 "법치국가가 아니라 불법국가가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질서"라며 "일시적 정치 다수를 앞세운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자 퇴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