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당국·은행 동시 파업… 9월 금융권 전방위 마비 우려명분보다 이권… 금융산업 신뢰 추락 가속화시장 불안·소비자 피해,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전문가 “정부·노조 대화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 해법”
-
-
- ▲ ⓒ연합뉴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무슨 파업이냐."
최근 금융권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첫 반응이다. 은행 창구 직원, 금융감독원 노조, 금융산업노조까지 줄줄이 파업 카드를 꺼내들며 사실상 9월을 '금융 파업의 달'로 만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와 국민의 공감대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8일부터 금융감독원 직원 700여 명은 검은 옷을 입고 정부의 조직개편안 반대 집회에 한창이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한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조도 오는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임금 5%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이 주요 요구다.
결국 9월 한국 금융산업은 감독당국과 현장 노조가 동시에 집단행동에 나서는 초유의 국면에 들어섰다. 정책 집행은 삐걱거리고, 현장 서비스는 멈출 위기에 놓였다. 국제 금융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내부 리스크로 발목 잡히는 모양새다.
금융권의 임금 수준은 이미 상위 1%에 속한다. 주요 시중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금감원 역시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 다수라 보수 체계가 일반 공공기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임금·근로조건 개선 요구 자체는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고액 연봉, 안정된 고용 환경,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번 파업은 명분보다 '이권 다툼'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에 드리운 불확실성이다. 금감원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대출 규제 관리, 주가조작 대응, 스테이블 코인 규제, 보험 건전성 감독 등 정부 핵심 정책이 중단된다. 금융산업노조의 파업은 은행 창구와 고객 서비스 차질로 직결된다. 이미 일부 은행권에서는 "창구가 멈추면 소비자 불편은 물론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금융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의 여파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짊어진다. 주택담보대출 심사 지연, 카드사 결제망 점검 차질, 보험사 지급능력 심사 공백 등은 모두 국민 생활과 직결된 리스크다. 금융 공공성을 앞세워온 노조가 정작 공공성의 최전선에서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적 맥락도 얽혀 있다.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명분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지만 실제론 권력기관 재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런 정치적 외풍에 편승해 노조가 '조직 방어'를 명분 삼는 순간, 파업은 산업과 시장 신뢰를 해치는 자충수가 된다.
해법은 결국 대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편안의 속도 조절에 나서고, 노조도 파업 카드를 내려놓고 협의체를 통해 대안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대명제 아래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것이다.
억대 연봉자들의 파업은 국민 정서와 괴리될 수밖에 없다. 그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9월은 금융권이 노동권을 지켜낸 달이 아니라, 금융산업 신뢰가 무너진 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파업의 대가는 소비자와 시장,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가 치르게 된다.

신희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