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2일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 개최'내란특별재판부' 위헌성 여부 논의 예정조희대, 사법개혁에 "공론장 마련돼 논의돼야"독·일 헌법에도 특별재판소 설치 금지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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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뉴데일리 DB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2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요 의제로 전국 법원장 임시 회의를 연다.
전국 주요 법관들은 앞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적이라며 반발 입장을 밝힌 상태로 이날 회의도 정부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성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특별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법관을 따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내란 혐의 1·2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고 영장 발부는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해당 법안에 대해 국회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담은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출근길에 여당 입법안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전범재판소가 설치됐던 독일과 일본은 헌법에 '특별재판소를 설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법조계에선 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 위헌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 ▲ 조희대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12일 전국 법원장 모여 '내란특별재판부' 위헌성 논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임시 회의를 연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비상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힌 지 약 열흘 만이다.
법원장회의는 최고참 법관들의 모임으로, 사법부 정책 결정에 굵직한 목소리를 내왔다.
회의에는 고등법원장, 지방법원장, 가정법원장, 행정법원장, 회생법원장, 소년법원장, 특허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천 처장을 비롯해 전국 각급 법원장 42명 등 총 43명이 참석한다.
앞서 천 처장은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글을 올려 법원장 회의 소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글에서 천 처장은 "종래 범국가적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 비춰볼 때 (지금의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공식 참여하는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례적으로 절차 진행이 계속되는 비상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법원장회의는 매년 12월에 정기 개최된다. 이번 임시 회의에선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 5대 의제'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5대 의제는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이날 오전 출근길에 민주당의 사법 개혁 입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사법의 본질적 작용, 현재 사법 인력의 현실, 또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이런 것들도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특판부, 독·일 헌법에 '금지' … 법조계, 반대 의사 밝혀와
특별재판부는 1948년 건국 직후 ▲반민족행위자 처벌 ▲4·19 혁명 직후 3·15 부정선거 가담자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반혁명행위자 처벌 등을 명분으로 세 차례 설치된 전례가 있다.
이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을 주도한 혐의(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들에 대한 재판은 일반 형사재판부가 맡았다.
이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반민족행위 처벌과 같은 혁명적 사안에서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현행 헌법은 군사재판을 제외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특정인, 특정사건을 놓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한다는 점에서 내란사건 피고인들의 평등권, 헌법·법률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 침해 소지도 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전범재판소가 설치됐던 독일은 헌법에 "특별법원은 허용되지 않는다"(101조 1항), 일본은 "특별재판소를 설치할 수 없다"(76조 2항)고 못 박았다.
법조계에서는 특별재판부를 두고 "위헌 소지가 매우 높은 입법안"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비영리 변호사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2일 "헌법 제27조는 국민에게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제104조 제3항은 법관의 임명 권한을 대법원장과 대법관회의에 부여함으로써 법관 인사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며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과 민주주의 근본 원리에 위배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다음날인 지난 3일 서초구 대법원 청사 앞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명백한 위헌이고 민주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조치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