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 넘어 경제·교육·외교·선거 요직에 동기사법연수원 18기 중용에 "지나치다" 지적野 "18기 라인이 정권 장악, 동기 공화국"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주유엔대사에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차지훈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지자, 이 대통령의 '동기 사랑'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시작으로 벌써 7번째 연수원 동기 임명 사례인데, 야당은 사상 최악의 '동기 정치'라며 인사 기준이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법연수원 동기를 이렇게 많이 임명하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사를 통틀어 아마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기를 지켜줄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 이 대통령의 행태는 동기 사랑이 나라 사랑보다 더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집권 후 연수원 동기를 핵심 요직에 임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조원철 법제처장, 오광수 전 민정수석,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등이 이 대통령의 간택을 받았다. 

    여기에 차 변호사가 주유엔대사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무 관련 요직을 넘어 교육, 경제, 선거 사무, 외교까지 이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 차 변호사는 '좌파 성향'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재임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다. 

    문제는 여당의 기준이 정권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학 동기나 사법연수원 동기를 임명할 때마다 강하게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하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대학교 같은 과 동기 친구를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다니 공사 구분이 되지 않나"라며 "개인적 인연에 더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사건의 주심을 맡아 기각을 결정한 것에 대한 보은인가"라고 지적했다. 

    2022년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임명할 때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처장은 윤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공화국'이 됐다면서 보은 인사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가의 주요 요직들이 이 대통령의 연수원 18기 라인으로 채워지면서 정권 심장부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은 동기 공화국이 되고 국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만난 인사 중 엘리트 라인이 대부분 '연수원 인맥'이었다는 점을 중용의 이유로 꼽는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동창이 사실상 없어서 친분을 오랫동안 쌓아온 연수원 동기들을 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뉴데일리에 "아무 조건 없이 마음을 나누고 능력까지 갖춘 인물들이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연수원에 많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가 검찰에 몰리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사법연수원 '동기 라인' 외에도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수원 동기이자 대북 송금 변호를 맡았던 이찬진 금감원장, 마찬가지로 연수원 동기로 대장동·위증교사 사건을 맡았던 조원철 법제처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김희수 국정원 기조실장(대북 송금),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대장동·대북 송금), 전치영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공직선거법), 이장형 대통령실 법무비서관(대북 송금),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대장동) 등이 청문회 검증을 거치지 않고 '꽃보직'에 안착했다.  

    '좌파 성향 단체 출신 인사'도 요직을 차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을 지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은 민변 출신이다. 

    특히 최 장관의 임명은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친북 성향 이념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논문 표절 논란도 있었다. 성적 하락으로 우는 여학생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교조가 아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탈락, 결격 사유가 훨씬 더 많은 최교진 후보자는 임명하는 노골적인 전교조 보은 인사"라고 꼬집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