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닉, 일본과 합의 서명 거론하며 韓 통상 협상 압박"트럼프, 외국인력에 '입국-교육-귀국' 3단계 제시할 것"
  • ▲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좌)과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250825 ⓒ뉴시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1일(현지시각)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및 무역협정과 관련,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한 대로 수용하거나 관세를 인하합의 이전 수준으로 내야 한다면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루트닉 장관은 이날 미국 CNBC 방송 스쿼크박스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재명)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왔을 때 서명하지 않았다. 그가 백악관에 와서 우리가 무역에 관해 논의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건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그들이 지금 일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과 펜이 서류에 닿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7월30일 한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및 차 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와 1000억달러(약 138조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트럼프 행정부와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협상은 구두합의 수준에 그쳤고, 양국이 한국의 대미투자기금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무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다. 이에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이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미 무역협정 최종타결을 위한 협상은 한국의 대미 투자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할지 또 투자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를 놓고 이견이 커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 대한 국가별 관세(이른바 상호관세)는 한·미간 무역합의에 따라 인하된 현재의 15%가 아닌, 애초 책정한 25%로 올라갈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의 실무협상대표단이 미국 상무부 및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을 하지 못했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루트닉 장관 등과의 협의를 이어가기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면서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진 마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루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협정에서 5500억달러 투자방식에 대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예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승인하면 건설인력을 고용하고 일본에 자본을 요구한다. 그들은 돈을 보내고 우린 파이프라인을 짓는다"며 "현금흐름이 시작되면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국과 일본 정부가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눈다. 미국은 5500억달러를 만들고,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루트닉 장관은 인터뷰에서 무역대상국과의 무역협정 체결로 인해 미국에서 10조달러(약 1경3900조원) 이상 규모의 공장건설이 진행되고, 미국의 건설부문 일자리가 내년 1분기에 사상 최고를 기록해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그는 이번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구금·체포됐던 사태가 이러한 건설에 쓰일 충분한 인력에 영향을 미칠지를 묻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우린 직업학교, 커뮤니티 칼리지가 필요하다. 주립대들도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와 논쟁 중이며 하버드대가 트럼프와 합의한다면 하버드에 직업학교를 짓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국인 단속 사태에서 불거진 외국의 전문인력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할 것"이라며 "그는 위대한 공장을 건설하려면 그 공장을 지어본 사람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외국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지으려 할 때 그들의 노동자들이 단기취업비자인 적절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미국인을 교육한 뒤 귀국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국가와 협정을 맺을 거라고 본다"며 "트럼프는 A는 들어와라, B는 미국인을 훈련해라, C는 본국으로 돌아가라 등 ABC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