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발상 …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특검 수사, 독직폭행·능욕 행태 … 검찰 자존감마저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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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현직 검사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사와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영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1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지옥에서 온 편지 feat 법치주의와 인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 사법제도 개편과 특검 수사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여당이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키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법원만이 남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를 두고는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규정하며 "한 여당 정치인은 내란특별재판부의 특정 판사의 다른 재판부로의 전보와 징계를 바꿀 수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며 "법치주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발상인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이나 할 수 있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그는 "그동안 검찰은 경찰과 비교했을 때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객관의무를 가진 인권보호 기관"이라며 "그러나 현재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만든 특검 수사는 그동안 검찰이 부여잡은 존재 의의로서의 마지막 자존감마저 내려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는 수사상황과 피의사실, 압수수색 결과 등이 특검에 의해 여과없이 언론에 마구마구 던져지고 있다"며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한 사건에서 굳이 피의자를 언론에 노출시켜 망신을 주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무리하게 구인장을 발부받아 집행하겠다고 나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강제 구인 과정에 대해서도 "출석을 거부하는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강제력을 동원해 가며 여러 명이 달려들어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들어 올려 구인을 시도하려는 것, '팔이 빠질 것 같다, 제발 나를 놔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독직폭행의 소지가 다분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력 행사를 이유로 독직 폭행이라며 서슬 퍼런 징계를 한다"며 "특검의 수사 행태는 구금되어 있어 더욱 취약한 상태에 있는 피의자를 상대로 한 것이니만큼 더 큰 비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내부 영상 유출에 대해서도 그는 "능욕에 가까운 행태"라고 규정했다. 특검이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접견을 제한한 데 대해서는 "조국 일가 사건에서는 그 일가가 실제로 증거를 인멸하고 범죄를 부인했음에도 접견이 허용되지 않았나"며 "특검은 인권유린 가능 면허를 가진 기관이 아니지 않나"고 비판했다.
그는 "세 개 특검을 굴리며 일선 검사와 수사관을 차출해 가고 특수 수사에서 나름 역량을 인정받는다는 인력을 차출해 갔음에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특검에 대한 기억은 '의자 들기, 팔 잡아당기기, 속옷 어필'과 같은 인권침해와 유린에 관한 기억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앞서 춘천지검장 시절이던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던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측 발언 요구를 무시하자 "일제시대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지난 8월 정기인사에서 수사부서가 아닌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돼 사실상 좌천됐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