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동반 사퇴하라" 촉구투톱 책임론 분출 … 정청래, 결국 사과 표명김병기, 앙금 여전? … "野와 합의 혼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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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 당 지지자들이 '정청래·김병기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손혜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야 합의를 일방적으로 번복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 또한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투톱 동반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와 일방 파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당 지도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는 일부 지지층이 찾아와 '정청래·김병기 사퇴하라'는 피켓을 들고 동반 사퇴를 요구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전날 합의한 특검법 개정안은 정 대표의 '합의 파기' 지시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철회됐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여야 합의안에 대한 강한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면서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야 합의안과 철회 과정에 따른 책임공방이 이어지며 갈등이 격화했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탓이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며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는) 많이 달라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당내 특위와 사전에 논의한 사안이라며, 자신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 정 대표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전날 여야 원내 지도부 합의 이전에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논의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안 파기를 놓고 자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격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날 의원총회를 앞두고는 정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하라"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이종현 기자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정 대표가 협상 과정들이 매끄럽지 않은 것에 대해 '(저의) 부덕의 소치 때문'이라고 당원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대표의 사과 표명에도 민주당 지도부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정 대표가 사과했는지 묻자 "대표에게 물어보라"라며 "그런 거(야당과 합의) 할 때 혼자 하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검법 여야 합의안에 선을 그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내가 어떻게 판단하겠나. 옳으신 말씀"이라고 답했다. 전날 자신의 합의 결정이 여권 내부의 사전 논의와 교감 없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3대 특검법 개정안 합의와 관련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고 그런 합의는 원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김 원내대표와 더불어 정 대표의 역할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정 대표가) 억울하다는 말은 못하는 것 보니 야당과 야합한 최고 주체 아니냐" "사퇴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내대표가 혼자서 야당과의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구조"라며 "책임론을 두고 당이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로써 3대 특검 모두 기존보다 수사 인력을 더 확충할 수 있게 됐으며 수사 기간도 연장됐다. 국민의힘은 집단 퇴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