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간·인원 늘려 … 與 주도 본회의 통과민주, 하루 만에 합의 파기 … 국힘 "협치 깨"김병기·정청래 충돌 … 전병헌 "콩가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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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전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기간과 수사 인원을 늘리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과 합의해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하루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치를 깨부쉈다"며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이날 통과된 특검법 개정안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30일 늘릴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은 현행 최장 150일에서 180일로, 순직 해병 특검은 최장 120일에서 150일로 연장할 수 있다. 내란·김건희 특검은 현재 각각 60, 40명인 파견 검사를 70명으로, 파견 검사 20명인 순직해병 특검은 30명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원안에 있었던 내란재판 1심 의무 중계, 특검의 군 검찰 지휘권, 수사 기간 종료 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사건을 특검이 수사 지휘 등의 내용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수정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안 한다"며 "(민주당이) 협치를 다 깨부쉈다. 거기에 대해 강력하게 투쟁하는 게 맞다. 민주당의 후안무치한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알리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국회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애초 민주당은 전날 개정안에 대해 "과도하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을 받아들여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은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금융감독위원회 설치에 협조하기로 했다. 이는 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막판 협상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었다. 정치권에서는 "협치가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 ▲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 원내대표. ⓒ뉴시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통보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아침에 민주당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협상은 '1차 논의'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송 원내대표와 협상을 마친 뒤 "두 당이 합의했다"고 말한 김 원내대표가 불과 14시간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 간 미묘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저희 지도부 뜻과 다른 것이어서 많이 당황했다"며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정청래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격노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국민의힘과 합의한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면서 당 지도부와 소통을 거쳐 여야 협상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야 협상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공개 사과는 어떤 취지로 말한 건가'라는 질문에 "쉬운 말이다. 어려운 말인가? (협상) 그런 것을 할 때 혼자 하는가"라며 여운을 남겼다.
민주당은 당내 강성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합의를 깬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박주민 의원), "내란당과 3대 특검법을 합의했다"(박선원 의원),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다"(추미애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 협상 과정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변심을 두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여야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한 것을 두고 "그걸 어떻게 맞바꾸냐.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라며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런 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의 정치력 한계를 꼬집었다.
전 대표는 "콩가루 집안이 되어 버린 여권 정치"라면서 이번 사태의 문제점으로 원내대표 권위의 붕괴, 엉망진창 의사 결정, 국민을 방패로 삼는 책임 회피를 꼽았다.
이어 "이번 사건이 하필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터졌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며 "신뢰 파괴, 이중 플레이, 위선으로 점철된 100일의 축소판이자 이재명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은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의 안정된 국정 운영과 미래 비전을 기대했지, 여당의 추한 내분극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집권 여당이 이처럼 무책임하고 혼란스럽게 국정을 끌어간다면 국민적 심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