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주장 교체 논란 후폭풍공개적으로 섣부른 발언, 팀 혼란과 팬심 분열 이끌어야심차게 내놓은 스리백도 실패
  • ▲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주장 교체설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손흥민 주장 자격 증명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연합뉴스 제공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미국 원정 A매치 2연전이 마무리 됐다. 

    지난 7일 열린 미국과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뒀고, 10일 열린 멕시코와 경기에서는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위 미국, 13위 멕시코다. 한국은 23위. 한국보다 높은 순위의 강호를 상대로, 그것도 원정 경기에서 1승 1무라는 결과는 분명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옆 나라 일본이 같은 나라를 상대해 1무 1패 0골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성과는 조금 더 값져 보인다. 

    북중미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한 한국 대표팀. 그 수장 홍명보. 그런데 홍 감독은 박수를 받았는가. 

    불공정 논란으로 시작된 홍 감독이다. 선임될 때부터 지속적으로 강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감독 자격에 대한 논란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성적만 내면 여론이 뒤집어질 거라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홍 감독. 이번에 미국 원정 2연전에서 성과를 냈다. 그래서 여론은 뒤집어졌는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큰 비판이 일어났고, 더욱 큰 불신이 생겼다. 감독 자격에 대한 물음표는 더욱 커졌다. 

    이번 2연전에서 결과와 경기력을 덮어버린 커다란 이슈. '손흥민 주장 교체 논란'이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주장 교체 가능성을 언급한 홍 감독. 선발이 아닌 후반 조커로 손흥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쳤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부분이 홍 감독에 대한 비판과 불신을 키운 결정적 이유다. 감독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결정적 장면이다. 

    홍 감독의 이런 시도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한국 축구에 필요한 부분이다. 손흥민은 '신'이 아니다. 그는 올해 33세다. 전성기에서 떨어지는 나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천하의 손흥민이라고 해도 영원할 수는 없다. 영원히 선발을 보장 받을 수 없다. 영원히 주장을 할 수도 없다.  

    앞으로 9개월 남은 월드컵. 손흥민이 아무리 몸상태를 잘 관리한다고 해도, 9개월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손흥민도 모른다. 

    때문에 대표팀 감독이라면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 대표팀의 수장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손흥민 의존증에서 벗어나, 만약의 상황, 손흥민이 제역할을 해내지 못할 때를 대비해 모든 준비를 해야 한다. 한 선수로 인해 대표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표팀 감독이 할 일이다. 

    문제는 주장 교체 이슈를 제기한 방법과 타이밍이다. 

    주장 교체라는 민감한 문제를 왜 '공개적으로' 제기하는가. 이는 대표팀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진 후 외부에 공개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다. 모든 것이 내부적으로 결정된 후 발표한다면, 이런 후폭풍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와 소통도 없이 홍 감독은 일방적인 생각을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그의 섣부른 발언은 공개적으로 손흥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손흥민 리더십과 경쟁력을 '공개적 심판대'에 올린 것이다. 

    또 대표팀 내부에서 손흥민 주장 교체 여론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 것이다. 손흥민을 난처하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이는 현시대 한국 축구의 '상징', 지난 15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희생한 최장수 캡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멕시코전 출전으로 A매치 136경기에 나서 한국 역대 최다 A매치 출전 타이 기록을 세운 손흥민이다. 

    언젠가 주장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존중과 예우를 갖춰야 함이 당연하다. 손흥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 시대의 전설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 

    타이밍도 문제였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토트넘을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로 이적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손흥민이 미국을 선택한 이유 중 결정적인 요소가 월드컵이었다. 2026 월드컵은 미국을 포함한 북중미에서 열린다. 최고의 몸상태와 현지 적응 등을 고려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이 꺼낸 주장 교체설. 손흥민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손흥민의 절박하고 간절한 마지막 월드컵에 대한 진심을 애써 들으려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굳이 이 타이밍에 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부 축구 팬들이 제기하는 공개적으로 발언해서 '간 보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대표팀 내 '정치질'은 더욱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홍 감독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이 발언은 팀을 위한 발언이 아니다. 팀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대표팀과 축구 팬들의 괴리를 넓히는 발언이었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분란을 일으킨 감독이다. 축구 팬들의 마음을 더욱 떠나게 만드는 발언이다. 이런 그가 감독 자격이 있을까. 

    이런 예민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 이뤄져야 한다. 이런 방향을 이끄는 게, 이런 타이밍을 맞춰가는 게 감독의 리더십이자 역량이다.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상호작용에 의해서.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감독과 선수의 불화로 이어지고, 팀이 망가지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 나라, 많은 클럽에서 볼 수 있다. 그런 시대다. 선수가 감독에게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 손흥민은 미국 원정 2연전에서 2골 1도움을 올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연합뉴스 제공

    주장 교체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감독으로서 역량에도 홍 감독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주장 교체 가능성을 제기한 결정적 이유는 손흥민 의존증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번 2연전은 어땠나. '손흥민의 손흥민에 의한 손흥민을 위한' 2연전이었다. 

    이번 2연전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손흥민이 있을 때 이겼고, 손흥민이 없을 때 졌다. 

    미국전 전반 한국은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이 빠진 후반, 한국의 공격은 멈췄다. 미국의 일방적인 경기. 반코트 경기.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쇼가 아니었다면 졌을 경기.

    멕시코전 전반 한국은 완전히 밀렸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전반을 0-1로 졌다. 후반 손흥민이 등장하자 흐름은 바뀌었다. 손흥민은 동점골을 넣으며 전세를 뒤집었고, 오현규가 역전골까지 넣었다. 손흥민은 게임체인저였다.  

    손흥민은 스스로 주장 자격을 증명했다. 또 에이스의 자격, 스코어러의 자격, 게임체인저의 자격, 정신적 지주의 자격 모두 증명했다. 홍명보호는 손흥민이 없으면 안 되는 팀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손흥민 주장 교체설과 출전 시간 축소를 내세운 홍 감독. 이 논리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손흥민이 없는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대안을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손흥민 대안은 없었다. 대안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대안도 없으면서 추측성 가능성만 제기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 

    오히려 손흥민 원맨팀이라는 것이 더욱 잘 드러났고, 손흥민 의존증은 더욱 심화됐다. 감독 경쟁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이번 2연전에 야심 차게 내세운 스리백. 실패다. 말이 스리백이지 사실상 파이브백이었고, 조금 더 과장하자면 최전방 손흥민까지 수비에 가담하는 텐백. 극단적 수비 전술이었다. 

    극단적 수비를 펼쳤음에도 미국에 슈팅을 무려 17개나 내줬다. 수비를 잘했다고 평가를 할 수 없는 수치다. 멕시코에도 슈팅을 17개 허용했다. 수비를 잘한다는 것은 상대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수비진의 불안한 빌드업, 잦은 패스 미스, 텅텅 빈 중원 등 홍명보표 스리백은 강렬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공격은 멈추고, 뒤로 빠지면서 상대 공격을 부추기는 스리백이라는 결론.

    이번 2연전 성과는 확실하다. 손흥민은 주장 자격이 있고, 홍명보는 감독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성적과 홍 감독의 여론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최종적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 이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