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100조→150조 국민성장펀드 출범산업은행 75조·민간 75조 합쳐 150조 규모"금융 대전환으로 한국형 엔비디아 육성"AI·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전략산업 지원재계 "운용 거버넌스·금산 분리 개선 시급"
  •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정부가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앞으로 5년간 AI·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첨단산업과 밸류체인 전반에 투입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오후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관계 부처와 산업계, 벤처·창업 업계, 금융권 등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李 대통령 "국민성장펀드 100조→150조 … 재정이 마중물 역할 할 것"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전에 100조 원 규모 펀드를 얘기했는데 좀 더 과감하게 펀드 규모를 150조 원으로 50% 더 늘려서 확대하기로 했다"며 "정체된 우리 산업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과 정부, 경제계가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금융 분야가 지금처럼 담보 잡고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전당포식 영업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으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손쉬운 이자 수입에 의존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모험 투자, 혁신 투자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이 후순위 투자를 한다든지 이런 마중물 역할을 통해서 민간 자금을 이끌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 및 운용계획. ⓒ관계부처 제공

    ◆국민성장펀드, 지분투자·초저리 대출 등 다양한 지원 방식 구성

    국민성장펀드는 총 150조 원 규모로,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 원으로 구성된다.

    산업은행은 기금채 이자 등을 감당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금을 출연하며, 재정은 자율적인 민간 자금보다 위험을 먼저 부담하거나 초기 참여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 1조 원이 반영됐다. 정부는 금융권과 연기금은 재정과 기금의 위험 분담 구조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업권별 건전성 및 운용 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합리적 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직접 지분 투자, 간접 지분 투자, 인프라 투융자 및 국고채 수준, 초저리 대출 등 종합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구성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신설법인이나 공장 설립 시 지분투자자로 참여하거나 기술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지원한다.

    또 첨단기금과 민간자금이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정책성 펀드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던 초장기 기술투자펀드를 마련한다.

    일부는 '국민참여형'으로 조성해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공유하도록 설계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 전력망·발전·용수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도 참여하고, 첨단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R&D 자금은 2%대 국고채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

    정부는 여신보다는 투자를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직접·간접 투자의 총액을 50조 원 이상으로 구성하고, 지역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충분히 공급할 방침이다.

    특히 산업 내 파급효과가 크고 상징성이 높은 대형 프로젝트,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의 '30대 선도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한다. 산업 정책과 금융 정책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차관급 협의체를 운영해 규제, 세제, 재정, 금융 인력 양성 등 통합 패키지를 제공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시중자금을 생산적 영역으로 유도하는 '금융 대전환'의 대표 과제로 규정됐다. 정부는 담보·보증, 예대마진 중심의 고질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금융의 근본적 틀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은행 자금중개 기능을 혁신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며, 모험자본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권대영 "한국형 엔비디아 만들어 낼 것"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는 150조 원 규모의 국가의 명운을 건 초대형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며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바이오, 조선, 콘텐츠 산업 등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형 엔비디아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담보 보증 예대마진 중심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하겠다. 바로 생산적 금융을 통해 우리 금융의 근본적인 틀과 판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코스닥 시장 정상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량주, 혁신 기업, 벤처 기업들이 인정받아야 하는데 수십 년 동안 몇십 원짜리 주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는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재계 "거버넌스·금산분리 개선 절실"

    재계와 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1960년대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던 역경과 고난을 이기고 우리는 세계 제일의 조선 국가가 됐다"며 "이제는 세계 해양 패권을 목표로 할 때다.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해사산업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모든 기업에 골고루 똑같이 나눠주는 개념이 아니라 잘하고 확률이 높은 사람한테 투자하게 돼 있다"며 "이걸 누가 고르냐가 투자 성패를 가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분야에 최소한 2개 정도 운용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반도체도 안에서 경쟁할 필요가 있고, 같은 분야를 최소한 두 개 이상의 경쟁자가 같이 들어가야 누가 더 좋은 효과를 내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필요하면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며 "국민성장펀드 성공을 전제로 2년 안에 2호가 출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그 씨앗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키우는데 여기다 돈을 주는 게 벤처캐피털"이라며 "새싹을 키우는 역할을 대기업이 후배를 키우는 것이 가장 성공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 제도 때문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며 "금산분리 제도를 좀 바꿔줬으면 한다. 대기업이 악용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걸고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산업계 "AI·콘텐츠·팹리스 지원 시급"

    권용현 LG유플러스 전무는 "AI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펀드의 규모가 크고 신속히 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프라만이 아니라 서비스 시장이 열려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다. 정부가 최초 구매자가 돼 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이채린 클라썸 대표는 "인터넷 인프라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을 구축했지만, 경제적 과실은 구글·아마존 등 해외 기업이 가져갔다. 이번에는 AI 서비스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대표는 "우리나라 팹리스 기업은 현재 약 100여 개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3000개가 넘는다"며 "자동차 반도체 자급률이 5%에 머물러 있다. 이를 임기 내 20%까지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건의했다.

    이의일 엑셀세라티스 대표는 "코스닥 시장의 선순환 고리가 무너졌다. 민간 모험자본이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을 통해 자본을 회수하고 재투자하는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준 TEO(테오) 대표는 "콘텐츠 기업들은 당장 생존을 위해 IP(지식재산)를 헐값에 넘기고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IP를 지켜낼 수 있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서 IP 육성과 장기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종민 SK텔레콤 부사장은 "벤처 스타트업이 잘 성장하려면 받은 펀딩을 적절한 곳에 잘 활용해야 하는데 처음 가는 길이라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며 "정부 차원에 컨트롤 타워가 있어서 기존 훌륭한 선배님들, 전문가분들, 현업에서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성공 경험이 있는 분들이 노하우와 기술 전문성을 연계해주는 정부 차원의 컨설팅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이번 보고대회에서 제기된 산업계·금융권 의견을 반영해 펀드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150조 원 국민성장펀드를 속도감 있게 차질 없이 추진해 우리나라 첨단전략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