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조차 열지 않아…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 저버려""석방 교섭 내용 알리지 않은 채 '그저 잘됐다'식 발표, 국민 우습게 봐"
  • ▲ 미국 이민당국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을 나선 가운데 한국인 체류자들이 체포돼 줄 서 있다. ⓒ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구금한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가 이재명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제출한 고발장에서 "자국민 수백 명이 집단 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조차 소집하지 않았다"며 "대통령과 국무총리, 관련 부처 장관들이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상 책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발장은 "사건 다음 날 이재명 대통령이 부인과 아동양육시설 원생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를 관람했다"며 "국민이 구금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행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경시한 태도는 파렴치한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고발장에는 대통령 외에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민석 국무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피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행위는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제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 HL-GA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한국인만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부분 비즈니스 출장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했으나, 단속 과정에서 '체류 목적 외 활동'이 적발돼 구금됐다.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6일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석방 교섭을 마무리했으며 전세기를 보내 귀국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 교섭이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서민위는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법치주의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며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체적인 교섭 과정은 밝히지 않은 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만 언급한 것과 관련해 "자국민 300명 이상이 구금된 상황에서 나흘이 지나서야 협상이 잘됐다고만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며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태도는 국민을 기만하고 가볍게 여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에 구금된 이들의 귀국 시점으로 10일이 거론됐으나 확정적인 일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