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폐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확정이진숙 면직 가능 부칙도 넣어 사실상 찍어내기野 "이진숙, 목소리 내고 싸워라 같이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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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여권이 정부조직법 개편 방침을 정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된다. 새 정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자동 면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더욱 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정부조직법과 함께 통과시킬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방통위의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 수가 5명인 방통위와 달리 방송통신미디어통신위원회는 상임 3명, 비상임 4명으로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부칙을 통해 방통위원장 임기 승계를 못하도록 해 놓고 있어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이 위원장의 임기는 그대로 종료된다.
이 같은 민주당안은 전날 고위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야당은 결국 이 위원장을 잘라내기 위해 여권이 기존 조직을 허물고 새로운 조직을 신설한다고 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이 위원장과 여권의 끝없는 대립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국무회의에서도 충돌했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끝내 이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시켰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해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비공개 회의를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 ▲ 이재명 대통령. ⓒ이종현 기자
사퇴 압박도 계속됐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0일 "대구시장 출마설이 있는데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원장 임기를 2년 보장한 것은 정권 바람에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것"이라며 "쫓아내려면 방송 장악하겠다고 국민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고 쫓아내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진숙 위원장 물러나란 사람들이 있다는데,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도 많다"면서 "이 위원장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같이 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위원장이 정부와 최전선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적 입지와 위상이 올라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 내에서는 이 위원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어찌됐건 이재명 대통령 눈에는 이 위원장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라며 "이 위원장이 잘못한 것이 없는 만큼 당당하게 맞설 정치적 갑옷과 힘을 길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사실상 방송을 장악하기 좋은 구조화를 위해 속도전을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KBS·MBC·EBS의 지배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방송 3법은 지난달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문제는 이사진 선임 의결권을 가진 '이진숙 방통위'가 1인 체제로 유지되며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최소 3인 이상의 위원이 모여 의결을 해야 하지만, 대통령과 민주당 몫을 채워 넣더라도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이러한 방송 3법 개정에도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달 5일 방송3법 통과 당시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밤을 새며 다음날까지 지켜봤다. 방통위 사무처장이 교대를 하려 했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며 "의원들의 의견을 자세히 듣는 것이 소관 기관장의 임무"라며 "밤새 다수결과 법치를 생각했다"고 했다.
야당은 방통위 해산이 사실상 언론 탄압의 서막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방송 심의 등 언론 독립의 마지막 보루를 허물고 정권 코드에 맞춘 '맞춤형 위원회'를 세워 비판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속셈"이라며 "이는 개혁이 아니라 언론 탄압, 민주주의 파괴 선언이다. 정권을 견제하는 기관은 모조리 갈아엎는 숙청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