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 헌법 명문 정면으로 반해"검찰개혁 목적이 독재 위한 문 활짝 여는 것""치안 무너진 세상 올 것 … 국가라고 할 수 있나""검찰 직접수사 제한하되 보완수사권 요구 구속력 인정해야"
  • ▲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복잡한 경제범죄는 고도의 법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수사할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뭉개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경찰은 인사권 구조상 승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무리한 수사와 인권침해, 영장청구 남발이 일상화돼 공안경찰이 돼 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치안이 무너진 국가가 국가라고 할 수 있나요."

    정부가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헌법학자인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위헌이 명백하다"며 "무엇보다 국민의 일상적 법적 보호가 무너지고 치안 공백 속에서 일반 국민들이 직접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청 폐지, 헌법 명문 정면으로 반해 … 검찰개혁 목적이 독재 위한 것"

    차 교수는 "헌법에 명시된 기관의 명칭을 하위 법률로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며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바꾸는 것은 헌법에 국회가 명시돼 있는데 이를 '인민회의'라 바꾸는 수준이자 대통령을 '총통'이라고 바꾸는 수준"이라며 "검찰청 폐지는 헌법 명문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두려는 계획을 두고 "검찰개혁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되는 결정"이라며 "정권이 수사권을 좌지우지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경찰조직이 인사권 체계상 권력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경찰은 기본적으로 정권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며 "인사권 체계로 인해 경찰은 지금까지 정부 의사에 반해서 수사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며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중수청·국수본·경찰청·해경 등 수사기관이 난립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국수위(국가수사위원회)’라는 통제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하는 데 이는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관이 된다"며 "이는 대통령과 여당이 개별 사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압박할 수 있는 장치로, 독재를 위한 문을 활짝 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성진 기자

    ◆"치안 무너진 세상 와 … 인권 사라지고, 공안 경찰 만들겠다는 것"

    차진아 교수는 무엇보다 일반 국민이 겪을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데, 검찰청까지 없애고 중수청을 신설하면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결국 피해는 힘없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억울하게 범죄 피해를 당해도 보호받지 못하고, 죄가 없음에도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특히 경찰의 수사 역량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살인·강도·폭력 사건은 경찰이 비교적 잘 처리하지만, 사기·횡령·배임 같은 복잡한 경제범죄는 고도의 법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없으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 실제로 경찰은 이런 사건을 '홀딩'만 하고 있다가 발령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일수록 검찰에 송치만 하고,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하면 그마저도 뭉개버린다.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실제 사례도 언급됐다. 그는 "전세사기 같은 사기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내도 경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할 경우에는 해당 변호사에게 증거를 가져오면 자기들이 수사를 하겠다고 한다"며 "경찰이 해야 할 수사와 증거 수집을 오히려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떠넘기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가해자가 경찰대 출신 변호사 같은 전관을 선임하면, 그 변호사가 경찰 수사 방식까지 조언해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또 경찰 조직 문화와 인사 구조 문제를 심각한 원인으로 꼽았다.

    "경찰은 인사권 구조상 정권에 절대적으로 순응할 수밖에 없다. 14만 경찰이 계급 정년이 짧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승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결과 무리한 수사, 무고한 사람을 엮는 수사, 영장청구 남발이 일상화될 수 있다.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일도 일어나게 된다."

    그는 이러한 수사 현실을 고려하면, 검찰청 폐지가 결코 국민의 인권 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금도 수사가 지연되고 피해자들이 고통받는데, 경찰에게 복잡한 경제범죄를 전담시키면 피해만 커진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면, 공판검사는 사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유능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맞서야 한다. 결국 돈과 힘 있는 자들은 다 빠져나가고, 서민만 고통받는 구조가 고착될 것이다."
    ▲ ⓒ뉴데일리 DB

    ◆"사법부 독립 근본적으로 침해하려고 해  … 보완수사 요구 구속력 인정해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안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차 교수는 "대법관을 한 대통령이 대거 임명하면 전원합의체 판결마저 왜곡될 수 있고, 하급심 판사들까지 법관평가제로 길들이려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합치면 결국 권력분립 원칙이 무너지고, 정권이 원하는 방향대로 수사와 판결을 좌지우지하는 독재 장치가 된다"며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 교수는 대안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되, 보완수사 요구에 구속력을 인정하고 필요할 경우 제한적 직접 보완수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유럽처럼 협력적 수사지휘 체계를 복원하면 정치검찰의 폐해도 줄이고 국민 인권도 지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