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사 논란 "오해에서 비롯"시민단체 "사퇴하라" 구호에 지지자 맞불 시위민주당 의원 "규칙 위반" 지적하며 회견 중단 요구
  •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8. ⓒ이종현 기자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광복절 기념사 논란이 사실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관장은 독립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부인했지만, 현장에서는 시민단체와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 관장측 지지자들과 맞서면서 격한 대치가 벌어졌다.

    김 관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 소통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견장 앞에는 광복회 소속 독립유공자 후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몰려와 "김형석을 해고하라"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매국노"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관장을 지지하는 인사들도 함께 등장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이 대치했다.

    김 관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의 부족한 소치와 광복절 기념사 내용으로 인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곧바로 "극소수 광복회원을 앞세운 정치 세력이 광복회관을 20일째 불법 점령한 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관장은 "일부 언론과 민주당 청년, 유튜브 등은 경내에 무단 침입해 차량을 미행하면서 공갈 협박을 일삼고 관사에 드론을 띄워 생중계함으로써 사생활 노출과 신변 안전에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소통관에 입장하는 데도 제 입장을 막고 물리력을 행사한 일부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에게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관장은 "광복회에서는 관장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된 것'이라는 말을 꺼낸 것 자체가 순국선열을 폄훼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국수주의적 역사관을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광복절 경축사 논란과 관련해 김 관장은 "당시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내용은 '세계사의 눈으로 보면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된 것'이라는 부분이었다"며 "이 구절은 광복을 바라보는 상반된 입장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은 빼버린 채 연합국 승리만 발췌해 보도했다"며 "심지어 매국노라는 인신 공격성 발언에 이어 '역사 내란'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김 관장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직접 인용하며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범일지에서) '그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우리가 이번 전쟁에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장래의 국제 간의 발언권이 박약하리라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해방을 바라보는 김구 선생의 고뇌를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연합국의 승리라는 표현이 결코 독립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또 "오늘의 사태 배후에는 천안 지역 민주당 정치 세력이 있다"며 "천안시 민주당 의원 3명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가 주도해 기념관 점거와 출근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독립기념관이 국가보훈부 감사 후속 조치로 전임 관장과 사무처장을 상대로 피해액 환수 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이번 사태가 무관치 않다"고 연관성을 제기했다.

    김 관장은 발언 말미에 "지난 1년 동안 온갖 비방과 허위 보도를 접하고도 공직자 신분 때문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경축사 내용을 왜곡해 허위 보도를 주도한 일부 언론사와 독립기념관을 불법 점거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단체에 대해 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당당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행되던 기자회견은 시민단체 독립기념관 정상화를 위한 시민연대 우승정 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던 도중 문진석 민주당 의원과 국회 사무처 공보기획관 등 십수명의 저지로 중단됐다. 공보기획관은 해당 회견에 대해 "주선한 의원이 자리를 지키지 않아 회견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장에서 우리 정무위 의원 3명을 비방한다는 말을 듣고 따지러 갔다"며 "소통관 운영 규칙상 주선한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지키지 않아 문제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 관장의 발언에 대해 "레지스탕스를 외부 세력이 망해서 이겼다고 하면 프랑스 후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마치고 나서며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2025.09.08. ⓒ이종현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