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한국이 핵 있는 김가왕국 이긴다고?어림 없는 소리, 핵무기는 교섭력 약한 한국은 을, 강한 평양것들은 갑
  • ▲ 66년 만에 천안문에 모습을 드러낸 평양것들 수장. 할아버지 김일성 보다 훨씬 접대 수위가 올랐다. 시진핑 좌측에 섰다. 오른 편에 선 푸틴보다 더 대우를 받는 모양새다. 동양 문화권에선 좌우 증 좌측이 의전 서열이 높은 것으로 본다. ⓒ 연합뉴스

    《중러북 블록 vs 미일EU 블록》

     

    ■ 중러북 블록, 탄탄할까?

    시진핑-푸틴-김정은 이 중국 전승절을 맞아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올랐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건 냉전 종식 이후 처음이다. 

    구 소련 시대까지 포함하면,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 당시 모택동-후루시쵸프-김일성 이 함께 망루에 선 이후 66년 만이라고 한다. 

    《메가-지역주의》의 신호탄으로 보일 수 있다.  

     

    《메가-지역주의》는 안보동맹이자 경제동맹이다. 

    이해관계가 맞는 나라들끼리《블록(bloc)》을 형성, 안보와 경제 면에서 동시에 이득을 구한다. 

    중러북 은 하나의《블록》을 지향할테지만,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엔《자동조정 메커니즘》이 없다. 

    모든 걸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정부 통제는 더 큰 비효율로 이어진다. 

    블록을 주도할 중국의 현 경제상황도 녹록치 못하다. 

    미국 주도의 블록은 안보동맹과 경제동맹의 역할을 같이 하겠지만, 중러북 블록 은 경제동맹의 역할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블록》이라 불려지지만, 진정한 의미의《메가-지역주의》와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속셈은 오로지 반미?

    서로 이해관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중러북 정상이 같이 망루에 오른 건 이유가 있을테다. 

    바로 대미 교섭력 강화를 위한 레버리지다. 

    중국은 미국의 대척점에서《반미블록》을 형성, 관세전쟁 선봉에 서고 싶어 할 것이다. 

    이번 열병식 행사는 신보호주의로 경제적 어려움을 맞는 나라들을 향해 리더십 각인의 효과를 냈을 수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돈바스 지역을 넘겨받고 소모전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할 것이다. 

    북한은 경제제재를 벗어나고 싶어할 것이다. 

    중러북 이해관계의 교집합에《대미 교섭》이 위치한다.   

     

    《중러북 블록》《미일EU 블록》

    두 블록 사이를 정체감 없이 오가는 건 한국이다. 

    반면 정체감을 유지하며 교섭력《갑》으로 올라선 건 북한이다. 

    북한의《혼합전략》이다. 

    중국과《조중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전선에 북한군을 보냈다. 

    미국을 향해서도 시그널을 날려 판에 끌어 들인다. 

    반전이 거듭된다. 

    NBA《스타 악동》데니스 로드맨 의 북한 방문도 화제거리였다. 

    2019년엔 두차례 미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동족 남한은 외교상대로 인정치 않고《개꿈》깨라고 조롱한다.  



    ▲ 1959년 10월 1일 천안문 망루에 선 김일성. 김일성은 마오쩌둥 오른쪽 4번째 자리. 왼쪽부터 김일성, 주은래 중국 국무원 총리, 미하일 수슬로프 소련 외무위원장, 호찌민 베트남 국가주석, 모택동,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 서기. ⓒ 신랑망

    ■ 김정은의 대미교섭 임박 신호탄?

    김정은 의 이번 중국 방문은 대미 교섭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실제로 김정은 은 2019년 두차례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을 직접 방문, 시진핑 을 만났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김정은 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정은 은 미국과 대화에 나서기 전, 교섭력 레버리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중국과의 연대감을 만방에 과시한 이유다. 

    시진핑 도 역시 북한과의 연대감을 대미 교섭력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주목 할 건,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한반도 비핵화》언급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핵은 교섭력 강화를 위한 북한의《조커》다. 

    2018년 3월, 5월, 6월과 2019년 1월 등 네 차례 북중 정상회담에선 모두 《한반도 비핵화》관련 입장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북한 핵보유》에 대해 중국 측의 입장 변화를 놓고 여러 갈래로 추측이 나오는 중이다. 

     

    ■ 이씨조선, 환생하는가

    짚을 게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면, 남한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은 사실상 물건너간다. 

    북한의 교섭력이 남한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북한이 한반도 관련 모든 국제 교섭을 주도하게 되고, 그에 따라 북한의 이해가 자연스레 투영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황당한 소리가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 남북한 통일이 이뤄지면, 장차《통일한국》이 핵보유국이 되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그럴듯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허구적이다. 

    그러한 주장은《순차적 게임》을 전제로 한다. 

    즉, 단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바로《통일한국》이 되는 단계다.  

     

    게임이론 시각에서, 교섭력이 약한《을》은 교섭력이 강한《갑》을 상대로 의지를 관철할 수 없다. 

    남한이《핵보유국 북한》을 상대로 그 체제를 포기하도록 제안하기 어렵다. 

    즉, 남한이 원하는 방식의《통일한국》단계는 도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통일한국》단계가 도래한다면, 그건 교섭력《갑》의 나라가 원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통일한국》이 아니라,《통일조선》이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의 나라》가 아니라,《전체주의-통제경제의 나라》이다.

    《공화주의의 나라》가 아니라《봉건전제왕국》이다.

    《이씨조선》《김씨조선(후기 조선)》으로 환생하는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꼬락서니다.

이진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