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한국인 대략 300명 추정 … B1·무비자 활용H-1B 비자 경쟁률 약 6:1 … 합법채용 절차상 곤란현대차 직접 고용 근로자 없어 … 하도급 고용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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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LG엔솔) 배터리 공장건설 현장을 급습해 30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을 체포하면서 미국 내 한국 근로자 '불법 체류' 실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당국의 현대차-LG엔솔 신규 공장 건설 단속에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등이 투입됐다.
이번 단속으로 475명이 체포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단일 현장 단속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아직 구체적인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포자 중 한국 국적자는 대략 30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에서 출장간 이들 중 상당수는 회의나 계약을 위한 B1비자나 무비자인 관광용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B1 비자나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한 경우 근로를 하면 안 된다. 미 당국은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들이 속한 회사는 원청업체뿐 아니라 하청업체, 그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등 다양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근로할 수 없는 비자를 갖고 불법적으로 현장에 파견 간 것은 미국이 취업 비자를 충분히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전문직을 위한 취업 비자인 'H-1B'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연간 8만5000명만 해당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5회계연도에는 무작위 추첨으로 발급하는 H-1B 비자에 무려 47만9953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은 6:1에 달했다. 특히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 비자를 받은 IT 고급 인력을 수천명씩 채용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필요한 한국 인력을 현지에서 채용하기에 절차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된다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과 우리나라로선 더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단 것이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더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민 단속과 제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고 답했다.
다만 "거기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미국 법인은 성명을 내고 "사업을 운영하는 모든 시장에서 법률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여기에는 고용 확인 요건과 이민법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급 업체와 하도급 업체의 고용 관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체포된 인력 중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임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단속을 위한 첫 수색 대상은 현대차 메타플랜트 공장 내 리튬 배터리 셀 제조 공장이었다. 다만 최초 수색 목표는 한국인이 아닌 히스패닉계 4명으로 알려졌으며, 신고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토리 브레이넘이다.

임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