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연합, 1년 반 만에 '경영진 교체' 성공임시주총 통해 '무자본 M&A' 세력 완전 축출소액주주 대표 등 이사진 취임해 경영 참여"거래정지된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이 경영 정상화할 것"
  •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영업소. ⓒ뉴데일리DB

    '무자본 M&A'에 이은 경영진들의 횡령 범죄로 거래정지가 된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들을 몰아내고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 2024년 3월 윤정엽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 대표조합원을 필두로 셀피글로벌주주연대모임을 결성한 지 꼭 1년 반 만이다.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경영상 문제가 있는 경영진을 몰아내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직접 경영에 참여하게 된 사례는 국내에서는 거의 전무하다.

    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셀피글로벌은 이날 오전 대구 모처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유기종 현 대표이사 등 기존 경영진 3인과 감사 1인의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윤 대표조합원 등 소액주주 연대 측 인사 4명을 신규 이사와 감사로 선임했다. 

    당초 상정된 안건에는 기존 이사 6인과 감사 2인 등 현 경영진 전체에 대한 해임 안건이 올랐지만 이들 중 일부가 임시 주총 전 사임하면서 나머지에 대한 해임의 건만 통과됐다.

    이번 주총으로 무자본 M&A 세력 측 경영진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들은 지분을 모두 상실했음에도 이른바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 조항으로 이사직을 유지하며 경영 활동을 계속해 왔다.

    해당 조항들은 기업이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셀피글로벌에서는 무자본 M&A 세력의 이른바 '알박기' 수법으로 악용됐다.


    무자본 M&A란 자기자본 없이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적은 자본으로도 레버리지를 일으켜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투기적·약탈적 M&A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당국의 주시를 받고 있다.

    셀피글로벌의 경우에도 무자본 M&A 세력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이차전지 사업 진출 등 현실성 없는 허위공시를 남발하다가 경영진의 횡령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주식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셀피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은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소액주주 연대를 결성했고 긴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를 파탄 낸 이사진들을 물갈이했다.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셀피글로벌 본사. ⓒ뉴데일리DB

    ◆셀피글로벌, 무리한 인수 후 허위공시·횡령으로 거래정지

    셀피글로벌 무자본 M&A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자본 M&A 세력의 주축인 안모씨와 임모씨 등은 지난 2022년 8월 대부업체 케이엔제이인베스트로부터 돈을 받아 셀피글로벌 지분 15.83%(578만309주)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 등은 임씨의 개인 회사인 로켓인터내셔널을 통해 '철거왕'으로 유명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의 돈을 빌려 케이엔제이인베스트에 투자했고 케이엔제이인베스트는 해당 자금을 오름에프앤비에 주식담보대출로 빌려줬다. 

    안씨 등은 지분 인수 후 자신의 측근들로 이사진을 채우고 '탭투페이(Tap to pay)'와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등 현실성 없는 허위공시를 남발했지만 주가부양에 실패했다. 주가가 떨어지자 대부업체는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고 있던 셀피글로벌의 주식을 시장에 던졌고 주가는 더 떨어졌다. 

    결국 허위공시 남발에 자회사 플러스메터리얼즈의 횡령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셀피글로벌은 2023년 3월 거래정지됐다. 이 과정에서 3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허위공시 등으로 2022년 8월25일 5170원까지 치솟았으나 케이엔제이인베스트의 반대매매로 1000원 밑으로 폭락했다. 거래정지 당일 주가는 778원이었다.

    이들 무자본 M&A 일당은 주가 부양에 실패하자 회삿돈을 횡령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후 회사는 회사자금 운용상 부적절한 회계 처리를 파악한 회계감사 법인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하면서 거래정지 처분까지 받게 됐다. <[단독] 셀피글로벌 작전 주도한 기업사냥꾼들, 거래정지 직전 회삿돈 횡령 의혹>
    ▲ 본 기사와는 무관한 이미지. ⓒOpen AI

    ◆소액주주 연합, '무자본 M&A' 세력 몰아내고 경영권 탈환

    안씨 일당은 지분을 모두 잃었음에도 경영진 등 이사진을 해임할 경우 20~30억 원의 거액의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과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초다수결의제'를 악용해 경영권을 사수해왔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3월 안씨 일당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뺏어오기 위해 '셀피글로벌주주연대모임'을 결성하고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한푼 두푼 모아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 등 주주조합들을 잇따라 설립했다.

    1호조합은 이후 같은해 4월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취득한데 이어 5월에는 11.29%를 취득해 최대주주자리에 올랐다. 이후 6월까지는 1~4호조합을 설립한 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여 무려 21.91%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1호조합은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셀피글로벌 주주명부를 열람·등사했고 지난 2월 기존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 경영진을 선임한다는 내용의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시도했다.

    대구고법은 지난 5월30일 윤 대표조합원이 셀피글로벌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신청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하고 윤 대표조합원을 임시주주총회 의장으로 선임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표조합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주주들의 뜻에 따라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회사를 다시 살리는데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결정을 통해 반드시 셀피글로벌이 거래가 정상적으로 재개돼 애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