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건강 변수 대비한 '보험 카드' 지목잦은 노출, 北 체제 이상 징후 가리기 전략"김주애 등장, 對美 협상력 높이려는 심리전""김주애 세습 시 집권층 절대권력 균열 불가피""대북 심리전 차단, 北 정권 돕고 레버리지 상실"
  • ▲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박충권 의원실 제공

    "김주애는 현재로서는 지명된 후계자라기보다는 보험이자 심리전 카드라고 봐야 한다."

    북한 엘리트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면서 "다만 김정은의 건강에 변수가 생겨 조기 승계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적 성격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정은이 김주애를 노출시키며 의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리설주를 대동해 이슈를 만들었듯이 지금은 김주애를 내세워 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라며 "이렇게 관심을 집중시켜 놓으면 향후 미북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과거 지도자의 건강 이상이나 세습 임박 시점에 맞춰 후계자를 제한적으로 공개해 왔다. 그러나 김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군사·외교·문화 등 각종 행사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냈다. 이례적으로 잦은 노출은 북한 체제 내부의 이상 징후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의원은 "북한은 항상 복수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실제 후계자는 아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성급히 단정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북한 사회는 국가 지도자를 여성으로 받아들일 만큼 문화가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주애가 지도자가 된다면 김 씨 일가의 절대 권력이 흔들릴 수 있다. 집권층의 충성심이 약해지고, 일부는 다른 선택을 고민할 수 있어 권력 내부의 균열이 불가피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김주애 세습 여부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지만, 반인륜적이고 반상식적인 김 씨 정권의 4대 세습을 용인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 세습을 이어가는 건 인권을 유린당하는 2600만 주민에게 끔찍한 일"이며 "북한이 정상 국가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통일부의 북한 인권보고서 정상 발간, 북한인권재단 설립, 중단된 대북 심리전 복원과 확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넓히면 의식 변화가 뒤따르고 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강력한 레버리지(지렛대)가 된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 북한 김정은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붉은 원),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다음은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김주애가 등장한 장면을 어떻게 보나.

    "김주애는 현재로서 지명된 후계자라기보다 보험이자 심리전 카드다. 물론 김정은이 각종 행사에 김주애를 동행시키는 것은 분명 후계 수업의 성격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지명된 후계자라는 의미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김정은 건강에 변수가 생겨 조기 승계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적 성격이 크다고 본다. 북한은 항상 복수 시나리오를 준비해 왔다. 실제 후계자는 아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급히 단정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이 딸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는 세습 체제를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한 준비이고, 둘째는 독재자의 강한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효과다. 딸을 데리고 다니면 정상국가 지도자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세습 문제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사안이다. 김 씨 일가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선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제가 직접 들은 건 없지만, 통상적으로 봤을 때 아들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최소 한 명 이상은 있을 것이다. 김정일도 아들 셋 가운데 김정은을 선택했다. 김정은도 아들들을 키우면서 정치적 야망이나 리더십을 가늠할 것이다. 다만 아들 나이가 어리다면 불시에 권력이 넘어갈 경우 김주애가 과도기적 완충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 대내적으로 체제 안정, 대외적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양방향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왜 그렇게 확신하나.

    "김정은 자식이 자리를 물려받으면 북한은 4대 세습 국가가 된다. 김정은 자신도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넘겨 받으면서 나라의 진로를 두고 깊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초반에는 개혁·개방 노선을 시도하는 듯한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주민 의식 변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깨닫고, 결국 김 씨 일가가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결과 방향을 틀어 아버지의 길, 곧 독재 시스템을 답습하는 쪽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자신이 세습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후세가 몰살당하거나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불안이 클 것이다. 그렇기에 세습 체제를 더욱 견고히 만들고, 집권 기간에 후계 구도를 확실히 정해 놓으려 할 것이다. 딸 김주애를 앞세우는 것은 보험적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딸을 대동함으로써 독재자의 강한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고 정상국가 지도자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김정은의 건강 정보를 극도로 은폐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김정은이 사용한 물건을 소독하거나 지문을 닦고 전용 변기를 교체하는 것은 단순한 청결 차원이 아니라 건강 정보와 DNA 같은 바이오 정보를 외부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조치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도자의 신변과 건강이 곧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관리 방식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다. 김정일도 재떨이를 직접 챙기거나 사용한 물건을 소독하게 하는 등 노출을 막았다. 다만 김정일은 공개 활동을 적게 해서 외부에 드러나는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김정은은 공개 활동이 많다 보니 그만큼 노출 위험도 커졌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한 만큼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에 아버지 때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이나 부친 김정일보다 더 단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일성은 82세, 김정일은 69세에 사망했다. 김정은은 아직 40대지만 초고도 비만이고 각종 건강 리스크가 거론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후계자 공개는 지도자 건강 이상이 감지되거나 세습이 임박했을 때 이뤄지는데, 김주애는 수시로 노출되고 있어 북한 체제의 이상 징후를 관측하기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 자체가 일종의 연막 효과라고 본다. 김정은이 실제로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혈액이 걸어지는 희귀병, 즉 적혈구가 과도하게 늘어나 혈액이 지나치게 걸쭉해지고 혈류가 느려지는 병일 수 있다고 한다. 단순한 고지혈증과는 다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거나 혈액 순환 장애로 손 저림이 와 손목을 꺾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도 그런 증세로 볼 수 있다. 이런 병은 술·담배 같은 생활 습관과 결합하면 훨씬 위험하다."

    -구체적인 징후나 첩보도 있나.

    "김정은이 중국에 치료 목적으로 왕래한다는 첩보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김정은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주애를 앞세우는 건 조기부터 세습 구도를 준비해 혹시 자신이 갑자기 쓰러지더라도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안팎에 동시에 보내려는 것이다. 김 씨 일가의 지배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걸 주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018년 2월 9일 오후 전용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김 부부장은 마중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환담 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KTX 승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북한에서 여성 지도자가 나오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북한은 여전히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땐 훨씬 심했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갈 길이 멀다. 집안에서 경제권을 쥔 사람의 발언권이 더 커지는 변화가 나타나긴 했다. 어머니가 경제권을 가지면 목소리가 더 커지는 식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는 국가 지도자를 여성으로 받아들일 만큼 문화가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 권력 핵심에 오른 사례가 있었나.

    "드물지만 있었다.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대표적이다. 김정은 시대에는 김여정이 한때 전면에 등장했다가 물러났다. 지금은 현송월, 최선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포수 출신 여성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는 내용의 영화도 제작된 적이 있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정춘실이라는 여성이 자강도 기관 책임자로 활동하며 대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당과 군 같은 핵심 권력기관에서 여성 지도자가 상층부까지 올라간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주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제가 북한 내부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짐작은 가능하다. 김정일 시절에도 딸들이 의전을 맡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여정도 어려서부터 김정일을 수행하며 의전을 배웠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집권 초기 김여정이 의전을 총괄했던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인물들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니 일종의 '아이돌'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장성택이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와 결혼해 고위직까지 오른 사례는 개천에서 용이 나온 성공신화처럼 주민들에게 각인됐다. 김주애도 청소년·청년층에게 비슷한 선망의 대상으로 비치도록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데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세습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많이 변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 나왔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김일성·김정일을 비판하면 탈북민들이 '우리 수령님, 장군님을 왜 욕하느냐'면서 맞서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표본의 한계도 있을 수 있겠지만, 50% 이상이 반감을 드러냈다는 건 주민들의 세계관이 크게 달라졌다는 의미다.

    나도 김정은이 후계자로 소개되던 무렵에 탈북했는데, 당시 청년들 사이에서 '불세출의 청년 장군이라지만 우리랑 나이가 비슷한데 뭐가 대단하냐'는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외부 정보 유입이 이런 변화를 이끈 건가.

    "그렇다. 대북 라디오 방송이나 확성기 방송을 통해 외부 정보가 들어가면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4대 세습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전면 중단했다. 정보 유입이 차단되면 오히려 세습 체제가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만약 김주애가 후계자로 등장한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김주애가 지도자가 된다면 김 씨 일가의 절대 권력이 흔들릴 수 있다. 북한 사회는 아직 여성 지도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체제를 수호하는 집권층의 충성심도 약해질 수 있고, 일부는 다른 선택을 고민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권력 내부의 균열이라는 리스크가 불가피하게 커질 것이다."

    -언론이 김주애 후계 여부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김정은이 김주애를 노출시키며 의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 리설주를 대동해 이슈를 모았듯이 지금은 김주애를 내세워 세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관심을 집중시켜 놓으면 향후 미북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미 하나의 드라마 각본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1기 때 '핵 버튼' 발언 같은 막말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극적으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전례가 있지 않나. 이번에도 비슷한 시나리오가 준비됐을 수 있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 제작 및 지상분출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계열생산토대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중국 전승절을 앞두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20형'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화성-20형은 중국의 둥펑(東風·DF)-61과 동급으로 보면 된다. 정확도나 전자전 능력은 중국에 뒤지지만, 사거리와 탄두 탑재 능력 같은 하드웨어는 이미 중국·러시아 수준에 도달했다. 화성-20형은 MIRV(다탄두 재진입체)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화성-19형도 탄두 3개 정도를 장착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 둥펑-61이 10개 탑재가 가능한 것처럼 북한도 유사한 수준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만 발사체 제작은 가능해도 각 탄두를 개별 유도해 정밀 타격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현 단계는 '과시용 시위' 성격이 강하고, 실제 정밀 타격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자 주: DF-61은 미국 워싱턴 DC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5000km급 ICBM인 DF-41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DF-61은 핵탄두를 10개까지 탑재할 수 있고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전승절을 앞두고 '화성-20형' 개발 계획을 공개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미 메시지 성격도 있지만, 중국과의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오른쪽, 김정은을 왼쪽에 세운 '좌(左)정은-우(右)푸틴' 구도는 상징적이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가진 3국이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장면이다. 북한은 자신이 그 '핵 보유 3국'의 일원임을 과시하려 한 것이다."

    -북한이 최근 연이어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개정을 거론하며 한미 연합훈련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가당치 않은 얘기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의 근간이다. 북한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다만 북한이 이런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의 숙원은 주한미군 철수다. 주한미군은 북한 체제에 가장 큰 위협이자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주한미군이 북한의 최대 위협이 된다고 보는가.

    "북한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면 그건 주민들의 민심 이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가장 결정적 요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중국이나 미국의 번영 소식에는 무덤덤하지만, 같은 민족인 남한이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삼성·현대 같은 초일류 기업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이 잘사는 현실을 차단하고 어떻게든 흔들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줄을 쥐고 흔들지 못하게 막는 존재가 주한미군이다. 미군은 대한민국 땅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핵전쟁 억지력을 갖는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한반도 같은 위험한 곳에 왜 미군을 주둔시키느냐'면서 철수나 감축을 거론한 적이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중국이 설정한 제1도련선 방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현대전에서는 거리 개념이 무의미하다'라며 신(新) 애치슨 라인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론이나 대규모 감축론은 실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워싱턴 일각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미군은 철수하지 못한다. 세계 최대이자 최신, 최고의 해외 주둔 미군 기지가 평택에 있다. 중국 바로 밑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데, 미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비수' 같은 존재다. 주한미군 병력을 한반도 외 지역으로 대거 재배치하거나 투입하는 식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철수까지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와 국방비 증액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가면 된다. 다만 국방비 자체를 늘려 우리의 자강력을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미국도 국방비 증액을 원하니 궁극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위비와 국방비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 60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했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밖에 안 되는데 6000억 달러를 내주겠다고 한 것이다. 말 그대로 간과 쓸개를 다 내놓은 셈이다.

    거기에 방위비 증액까지 받아들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친미 성향의 대통령이었다면 그런 협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앞에서 면박당하지 않으려고 다 내주고 온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은 의자 등받이에도 기대지 못한 채 조마조마한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좋게 이야기하다가도 돌연 '나가라'고도 말할 수 있는 사람 아닌가. 그간 이상한 외교적 스탠스를 취하고 반미 노선을 취했던 후과를 국민이 떠안게 된 것이다."
    ▲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왼쪽 세 번째)이 2024년 11월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당론 발의한 북한인권법 개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박준태 원내대변인,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 박 의원, 조지연 원내대변인. ⓒ뉴시스

    -김주애 세습 여부와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김주애의 세습 여부 자체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인륜적이고 반상식적인 김 씨 정권의 4대 세습을 우리가 순순히 용인할 수는 없다. 북한이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 또다시 세습을 이어간다는 건 인권을 유린당하는 2600만 북한 주민에게도 끔찍한 일이다. 힘 있는 자가 도움을 요청하는 이를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더 이상 그런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대북 전략의 큰 방향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의석 수의 한계로 국회에서 견제하기 어려운 현실도 답답하다."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을 가도록 유도하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통일부가 최근 비공개로 돌린 북한 인권보고서를 다시 정상 발간해야 한다. 2016년 어렵게 제정된 북한인권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9년째 출범조차 못 한 북한인권재단부터 세워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해 멈춰 있는 상태다. 북한 인권 개선의 컨트롤타워가 가동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북 라디오 방송이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수십 년간 이어온 심리전 수단을 현 정부가 전면 중단했는데, 이를 원상복구하고 첨단 기술까지 동원해 확대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넓히면 의식 변화가 뒤따르고 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강력한 레버리지가 된다. 장기적 안목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한다.

    "북한의 핵은 곧 인권 억압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다. 주민 통제와 외부 차단을 정당화하려면 늘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한미군 철수 같은 요구를 집요하게 내세우는 것이다. 북한은 끊임없이 도발을 일으켜야 '외부 위협'을 실체로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주민들을 속이고 내부 결속을 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핵은 결정적이다. 수시로 도발해도 정권이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보증이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가 풀리면 핵은 더는 쓸모가 없다. 주민들이 각성하고 체제가 변하면 핵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인권이 억압당하는 상황에서는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김정은의 목숨을 내놓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핵 개발 논리를 주민들에게 어떻게 주입하나.

    "늘 한국과 미국이 도발했다고 뒤집어씌운다. 연평해전, 목함지뢰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들이 도발해 놓고 전군을 준전시 상태로 몰아가며 '외부 침략' 프레임을 씌운다. 이어 강력한 무기 시험을 공개하며 주민들에게 '우리는 강하다'는 허위 '국뽕'을 불어넣는다. 이 구조를 깨려면 인권과 정보 유입, 심리전을 통한 내부 변화가 핵심이다. 핵과 인권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1986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났다. 북한 김정은국방종합대학 화학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참여하다 2009년 탈북해 한국에 왔다. 이후 서울대에서 재료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국민의힘에 과학계 인재로 영입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이 됐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