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협치하지 않겠다는 것 … 독주 심해"전병헌 "유신 때도 野 선임 간사는 다 인정"與 소속 전직 국회의장도 에둘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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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4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 상정을 재차 거부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교섭단체의 간사 선임 요구를 묵살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치권 원로인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국회 관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회를 운영했던 원로의 제언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위원장은 지난 2일에 이어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이 요구한 나 의원의 간사 선임 안건 상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나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고 내란에 동조했기 때문에 간사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대표 출신인 정대철 헌정회 회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간사 추천을 자기들 마음에 안 맞는다고 거절하는 것은 관행과도 어긋나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라며 "상생과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행태로 보여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교섭단체별로 간사 1명을 둘 수 있다. 각 당에서 추대한 간사를 별다른 요식 행위 없이 바로 확정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래서 추 위원장이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을 막은 일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소속의 한 전직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추 위원장이 간사 선임을 거부한 것이 국회 관행에 어긋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누가 봐도 똑같은 얘기 아니겠나"라며 에둘러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유신 정권 시절에도 야당이 선임한 간사에 대해서는 다 인정을 해줬다"면서 "간사 선임은 정당의 자율권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폭력적 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대표는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을 부결시킨 것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지켜져 온 국회의 불문율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가 각각 인권위원을 추천하면 존중하고 통과시키는 게 관례이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추천 인권위원을 '반인권 인사'로 규정하며 반대했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야당 패싱'을 두고 정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해산 추진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협치를 주문했음에도 정 대표는 야당과 각을 세우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여당의 독주가 심하다"며 "여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100번 해체시키겠다고 하면서 야당 대표를 만나지도 않는다. 상대방을 '내란 정당'으로만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은 잘못됐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한 거고 여당이 한 게 아니다"라며 "여당을 전부 내란 정당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하다.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상생과 협치의 정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야당 대표도 잘못됐다"고 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인터뷰에서 이번 법사위 사태에 대해 "6선이 위원장으로 가고 5선이 (간사로 가는) 이건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진보당과 함께 나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나 의원이 지난 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간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에게 "초선 의원은 가만히 있어라"고 한 발언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사위 당 간사 선임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국회 윤리특별위에 제소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