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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누구나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주(집주, 宙)' 또한 그렇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보다 더 비싸고 상급지인 곳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특히 자산 70%가 부동산에 묶여있는 우리나라에선 전·월세에서 매매로, 빌라에서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이 삶의 제1·2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온갖 규제를 뚫고 결국 집값이 오르는 것도 '내집마련'과 '주거 질 향상'이라는 기본욕구가 작용해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은 이같은 기본욕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아래 무주택서민들에게 '무소유'를 강요하고 있다.

    새정부 공급대책은 공공임대에 방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값싼 임대주택을 늘려 서민층 주거안정과 집값안정을 꾀하겠다는 게 정부계획이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국토교통부 예산도 공공임대 위주 정책기조를 띠고 있다. 예산안을 보면 공공분양주택 예산은 4295억원으로 올해 1조4741억원대비 1조원가량(70.9%) 줄은 반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22조7858억원으로 올해 15조4272억원보다 7조3586억원(47.7%) 많다.

    임대관련 예산이 수요도 높은 아파트가 아닌 빌라로 집중된 것도 맹점이다.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다가구 매입임대 출자사업 예산이 올해 2731억원에서 내년 5조6382억원으로 20.6배 폭증했다. 이 사업은 신축빌라를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공급대책 핵심은 다가구 매입임대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국민들은 내집마련을 원하는데 정부는 '소유하지 말고 거주만 하라'며 빌라 임대살이를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6·27대출규제로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공공분양 공급까지 줄면 무주택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임대주택은 주거취약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점에서 순기능도 적잖다.

    하지만 '흙수저'라고 해서 평생 임대주택에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에게도 차곡차곡 자본을 모으고 대출을 일으켜 조금 더 나은 집으로 이사갈 권리가 있다.

    실효성 자체도 의문이다. 지난해 7월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소관 건설임대주택 98만7491호 가운데 4만4998호(4.6%)가 6개월이상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공급량 목표에 집착해 수요가 낮은 지역에 좁은 임대주택을 무리하게 공급한데 따른 결과다. 이미 공실이 쌓일대로 쌓인 상황에서 공공임대를 추가공급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잖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정책은 필패로 이어진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경기 화성시 동탄의 한 행복주택단지를 둘러본 뒤 "2022년에 공공임대 주택 200만호, 2025년까지 240만호를 달성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공공임대 우대정책에도 집값은 계속 뛰었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국민들은 '살만한 집'을 원하는 것이지 '싼집'을 원하는게 아니다. 필요한 지역에 공공임대를 적당량 공급하되 공공분양 확대, 정책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끊어진 주거사다리를 회복시켜야 한다. 현정부는 총 27번의 대책에도 집값안정에 실패한 문 정부를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박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