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美 당국, TSMC에 올해 말 부로 VEU 허가 취소 통보"중국 공장에 수출통제 장비 수입하려면 美 정부 허가 일일이 받아야삼성전자-SK하이닉스, VEU 취소도 이날 관보 게재…공장운영 차질 전망
  • ▲ TSMC 본사.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반도체장비를 개별 허가 없이 반입할 수 있는 '포괄적 허가'를 취소했다.

    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당국은 최근 TSMC의 난징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TSMC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2025년 12월31일 부로 난징공장의 VEU 허가가 취소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 상황을 평가하고 미국 정부와의 소통을 포함한 조치를 취하는 등 난징 공장의 중단 없는 운영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 난징 공장은 그동안 VEU로 지정된 덕분에 미국 정부가 2022년 10월부터 대중(對中) 수출을 통제해온 미국 반도체장비를 중국으로 수입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됐다.

    이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반도체 생산공장의 미국 반도체장비 반입허가 조치를 취소하는 내용의 관보도 공식 게재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려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별도 관보 게재는 없었지만, 미국 당국의 통보와 TSMC의 성명을 종합하면 TSMC 역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올해 말부터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려면 사전에 미국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첨단제조장비부터 생산과정에서 소모되는 예비 부품 및 화학물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사전공개 버전인 '퍼블릭 인스펙션'에서는 관보 게재일로부터 120일 후 적용한다고 했으나, 이번 정식문서에는 적용시점을 2025년 12월31일부터로 명시했다.

    2007년 도입된 VEU는 신뢰할 수 있는 중국 내 기업을 미리 지정해 미국 기업이 수출시 개별허가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한 제도다.

    VEU에 대한 검증 및 승인은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및 기타 관련 기관의 대표자로 구성된 ERC(End-User Review Committee, 최종사용자 심사위원회)가 맡는다.

    VEU 목록에 포함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내 자사 공장으로 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포괄적 면제조치를 받아 왔으나, 이번에 ERC가 이들 기업의 이 면제 조치를 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소수 외국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장비 및 기술을 면허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허점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BIS는 기존 VEU 참여기업들이 중국 내 기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출허가신청을 승인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러나 BIS는 중국 내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승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들 반도체기업들은 보안요건을 준수하고 미국 정부에 특정정보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포괄적 허가를 받아 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낸드플래시)과 쑤저우(패키징), SK하이닉스는 우시(D램), 충칭(패키징), 다롄(낸드플래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의 176단 7세대(V7) 낸드 공정을 286단 9세대(V9) 공정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업체들의 최신 장비가 필수적인 만큼 미국 정부의 규제로 차질이 예상된다.

    반면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하는 것에 비해 TSMC의 중국 생산량은 많지 않다.

    2018년 생산을 시작한 난징공장의 경우 지난해 TSMC 전체 매출에서 작은 부분만 차지했다. 이 공장은 16나노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이 기술은 상용화가 이뤄진 지 10년이 넘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