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콩가루 집안' 수준으로 분열강수산나 "경찰 기록만으로 공소 유지, 검사 제도 부정"김지혜·공봉숙, 임은정 직접 겨냥 비판친여 성향 진혜원까지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 필수"정치권도 '콩가루 집안' 비판 … 임 지검장 발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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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언인가 :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주제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내부가 '콩가루 집안' 수준으로 갈라지고 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29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안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법무부 차관과 대통령실 민정수석까지 '검찰개혁 5적'으로 몰아세운 이후, 검찰 내부망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현직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돼 온 검사까지 임 지검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검찰은 그야말로 사분오열된 양상이다.
◆검찰 내부 '콩가루' 갈등 심화 … 현직 검사 대거 비판 나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지난 1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사실의 수사와 보완수사가 금지된 상황에서 '공소유지'는 도대체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강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기록만으로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면 검사 제도 자체가 불필요한 것 아니냐"며 "공판에서 검사가 새로운 증거를 신청해 유죄를 입증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공소 제기 전 검사의 같은 행위를 금지할 논리는 궁색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면 경찰 조서는 증거로 제출하지 못한다. 결국 공판검사는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공소를 유지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지혜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도 지난달 30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권 남용으로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께는 죄송하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 '개시'권 폐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보완수사요구나 직접 보완수사 폐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김 검사는 "지게검사(경찰 송치 사건을 그대로 원용하는 검사)를 하라고 하면 못 하겠다"며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아예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법조인은 적어도 실제 사건 처리를 해본 적이 있는 분이 맞나"라며 임 지검장을 겨냥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 역시 지난달 29일 '임은정 검사장님 정신 차리시기 바란다'는 제목의 글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공 검사는 "저는 윗분들께 함부로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검사장님이 공청회에서 차관님과 검찰국장님 등을 향해 '인사 참사'니 '검찰개혁 5적'이니 막말을 하셨으니, 저의 이런 무례함도 이해하시리라 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검사 생활 20여 년 동안 보완수사를 안 해봤다는 말씀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신 건가. 공소장과 불기소장만 쓰셨나. 그것은 일을 안 한 것과 다름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공 검사는 "검찰권의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했으니 수사권 축소 논의까지는 인정하겠다. 하지만 '검사가 수사를 아예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 ▲ 진혜원 부산지검 부부장 검사 ⓒ연합뉴스
◆친여 성향 진혜원까지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는 필수"
반발은 여권 친화 성향으로 분류돼 온 검사에게까지 번졌다. 과거 소셜미디어에서 여권 옹호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던 진혜원 부산지검 부부장 검사조차 이번에는 임 지검장과 반대편에 섰다.
진 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완수사요구 + 재수사요구 필요성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수사·기소·재판은 분리되어야 하지만, 기소할 사안에서 수사가 덜 돼 무죄 판결이 나오거나 불기소 처분으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률상 범죄로 규정된 행위만 처벌할 수 있다"며 "법률과 판례가 요구하는 특정 사실관계를 수집하도록 지휘하는 법률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 경험상 경찰은 사실관계 자체를 수집하는 데 특화되어 있지만, 법률과 판례가 요구하는 구성요건에 맞는 사실관계 수집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며 "그래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와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보완수사권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하도록 여론을 조장하려는 것"이라며 "보완수사·재수사 요구 범위를 '죄명이나 적용 법조 변경이 없는 선'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아예 없애자는 것은 경찰에게 기소권까지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경찰이 일부러 수사를 덜 해서 기소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 대검찰청 ⓒ연합뉴스
◆정치권까지 가세한 비판과 임 지검장이 불러온 '자중지란'
정치권에서도 임 지검장의 '개혁 5적' 발언은 충격과 비판을 동시에 불렀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임 지검장은 사실 논의 구조에 있는 분이 아니다. 본인이 수사 중인 사건에서 외압이 있으면 항의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직속 상관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장악돼 있다거나 법무차관·민정수석을 '적'으로 규정하는 건 도를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장이 맞느냐, 홍위병이냐 싶어 깜짝 놀랐다"며 "이게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콩가루 집안 같다. 발언 자체가 하극상으로 보여선 안 될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만약 그들이 적이라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 임 지검장이 물러나든, 장관·차관이 물러나든 둘 중 하나는 결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임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촛불행동 주최 공청회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개혁안은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이라며 "정 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장관을 포함한 이진수 법무부 차관,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 성상헌 검찰국장, 김수홍 검찰과장, 노만석 대검 차장을 '검찰개혁 5적'으로 지목해 파장을 키웠다.
또한 "보완수사권을 두면 결국 검찰청은 간판만 바꾸고 수사권을 사실상 유지하는 것"이라며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면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하극상' '콩가루 집안'이라는 조롱이 쏟아지면서, 검찰은 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내부 총질과 외부 질타가 뒤엉킨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형사 실무를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검사가 보완수사권 없이 경찰 송치 기록만으로 사건을 처리하라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것"이라면서 "공사장도 못 쓰고 불기소장도 못쓰는 사건이 쏟아질 텐데 이를 모르고 주장한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주장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검사장이라는 위치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모습과 함께 내부 총질하는 정치적 언행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