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문재인'과 묘한 오버랩文 정부, 尹 압박하다 대통령 만들어"與 '이진숙 때리기' 스타 만든다"
  •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2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여권 목소리가 오히려 이 위원장의 몸집을 키워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으로 주목받아 정계 입문한 것을 지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는 국민의힘 진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진숙 위원장을 문제 삼는 건 좋다. 그렇다면 먼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가진 최교진 후보자부터 정리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 위원장에 대한 직권면직을 검토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는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위원장을 파면할 생각이라면 최소한 그보다 더 무거운 도덕적 잣대를 이 정권의 장관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이 위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 위원장의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고리로 자진 사퇴까지 거론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 위원장을 향해 "대구시장에 출마할 거라면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이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우 수석은 지난달 30일 9개 민영 방송사와의 대담에서 "아무리 봐도 이분은 방통위원장을 하는 목적이 정치적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의 지방선거 출마설은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가 띄웠다. 전 씨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유튜브 생방송에서 "저는 공천 같은 것 안 받지만, 설령 받는다 해도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으로 나온다면 무조건 양보한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거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발판이 되었던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이 연상된다는 견해가 나온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 이는 곧 '검사 윤석열'을 '대권 주자 윤석열'로 변모시킨 계기가 됐다. 문 정부와의 갈등이 연일 보도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다

    2019년 검찰의 수장이 된 윤 총장은 문 전 대통령의 심복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눴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한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은 문 정부와 대립했다. 여권은 '무리한 수사'라며 윤 총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당겼다. 설훈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총장을 겨냥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민주당은 윤 총장 해임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정부와의 갈등 과정에서 대권 가도에 힘을 받은 윤 전 대통령의 사례를 비춰보면 이재명 정부의 이 위원장을 향한 압박도 오히려 정치적 체급만 끌어 올려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뉴데일리에 "여권이 이 위원장을 스타 만들어주고 있다"며 "이 위원장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모습을 국민이 지금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이진숙 때리기'는 곧 '이진숙 키우기'"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대통령과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이 법을 위반하면서 억지로 몰아내는 것을 그냥 우습게 생각한다. 이건 명확한 직권남용이고 협박"이라며 "이런 몰상식한 행태가 국민에게 엄청난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