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명 정성호에 친문 성향 인사들 실명 거론 공세대통령실서도 "사람 거명해 공격 말라" 불쾌8월 5일 檢개혁안 언론 노출로 갈등 고조 분석 여권 내부 토론과 이견 조율 예고했으나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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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에서 정청래 대표와 주스 건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검찰개혁의 방법론을 두고 대통령실·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신경전이 거듭되고 있다. 여권이 전반적으로 자중론을 꺼내 들면서 갈등을 봉합하려는 모양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 초기 미묘한 분열 양상을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1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민형배 의원도 그렇고 임은정 검사장도 '이런 방향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건 좋은데 사람을 거명해 공격하는 방식은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어 "논쟁을 하라고 했더니 싸움을 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끼리, 혹은 검찰 내 인사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은 개혁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해도 그 조언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촛불행동이 주최한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나와 "정성호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 있다"며 법무부의 검찰개혁 방안을 비판했다.
또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거론하며 '검찰개혁 5적'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7일 정 장관을 향해 "당 지도부는 장관이 좀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까지 끼어든 이런 언쟁은 검찰개혁의 각론을 둔 이견 때문이다. 민 의원과 임 검사장은 검찰청 폐지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법무부 산하에 검찰이 있던 것과 완전히 다른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더라도 검찰의 보완 수사 기능 폐지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본다. 중수청도 행안부 소속이 아닌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로 갈 경우 민주적 통제가 힘들어져 오히려 중수청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교롭게도 두 견해의 충돌 양상은 당내 계파색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당내 이야기다.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덜 한 인사들이 핵심 친명인 정 장관을 공격하는 모습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임 지검장과 민 의원은 당 내부에서도 친명이 아닌 친문(친문재인)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지지한 몇 안 되는 현역 의원 중 하나다. 민주당 소속 의원 152명이 당대표 후보였던 친명 박찬대 민주당 의원을 지지했지만, 민 의원은 정 대표를 지지했고, 이후 여권의 핵심 과제인 검찰특위위원장이 됐다.
친명계에서는 이러한 갈등 노출이 결국 정청래 체제 출범 이후에 비롯됐다고 본다. 검찰개혁을 두고 여권 내부의 진통이 시작된 것은 민주당이 만들던 검찰개혁 TF의 검찰개혁안이 지난달 초 언론 보도를 통해 유출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수청을 법무부가 아닌 행안부 산하에 두는 안이었는데, 이는 정 대표가 취임하고 민 위원장이 검찰개혁특위위원장이 된 지 하루 만에 발생한 일이다.-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제429회국회(정기회) 개회식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검찰개혁안에 대해 논의를 원하던 정부 측에 반발해 민주당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여론 형성을 위해 개혁안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9월부터 시작된 이번 정기 국회 회기 안에 검찰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정 대표의 뜻과 달리 대통령실과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안 처리 계획 속도가 맞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명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당의 검찰개혁안이 통째로 언론에 노출되고 그 이후부터 방향성에 대해 당정이 말을 주고받는 상황이 연출됐다"며 "긴밀하게 연계해 검찰개혁안을 완벽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 하는데 빨리빨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개혁을 두고 여권 내부의 언쟁이 고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쟁점에 대한 토론을 주재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검찰개혁을) 아예 열어놓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받으면서 토론을 해보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가는 상징적인 토론 과정을 가지면 어떻겠냐"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부랴부랴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하려는 모양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오는 4일 법사위에서도 입법공청회를 하는데 이게 공개토론회로 갈 것이다. 의원총회에서도 상호토론을 할 것"이라며 "토론은 중수청을 행안부에 둘 것인가, 법무부에 둘 것인가로 국한해 간명하게 하고 나머지는 추석 이후 디테일한 부분까지 토론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대표도 직접 나서 검찰개혁의 속도를 강조하면서도 여권 내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 등 3대 개혁을 늦지 않게 타임 스케줄대로 처리하겠다"면서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는 이견 없이 흔들림 없이, 원팀, 원보이스로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갈등이 정체 국면으로 가고 있지만, 사실상 검찰개혁안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이재명 정부의 권력 구도를 보여주는 첫 가늠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 권력으로 분류되는 정 대표 사이의 잠재적 갈등 요소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정 대표 선출 후 만찬에서도 그의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을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대통령이 새로 뽑힌 여당 대표를 선거에서 겨룬 사람과 함께 불러 식사를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만큼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불편해한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권 초라서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상황인데도 잡음이 나온다는 것은 국민에게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당이 대통령과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고 그 사이에서 서로 신뢰를 잃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