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발에 사흘 만에 입장 뒤집은 장관보완수사권 폐지, '개혁' 아닌 사법 공백 불러"나아지는 것이 없는데 … 해서는 안되는 제도개혁"
-
-
-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추석 전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불과 사흘 만에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다.
국회에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며 신중론을 보였던 정 장관은 여당의 강한 반발이 제기되자 곧바로 "이견 없다"로 선회했다. 사법부 수장을 자처했던 인물이 정작 여당의 압박 앞에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접은 셈이다.
◆여당 반발에 사흘 만에 입장 뒤집은 장관
정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1차 수사기관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면, 경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까지 4개 수사기관이 난립하게 된다"며 "특히 행안부 산하에 집중될 경우 권한이 과도하게 쏠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가 경찰 불송치 사건 수만 건을 직접 다루게 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실적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인 28일, 민주당 워크숍에 참석한 정 장관은 "이견은 없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확실하다"며 말을 바꿨다. 앞서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의 민형배 의원 등이 "장관 본분을 벗어난 발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였다. 정 장관은 "입법 주도권은 당에 있다"며 "나는 단지 여러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그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당시 정 후보자는 "개혁의 과정에서 국민께 불편과 불안을 드리는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국회와 적극 협의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장관이 된 뒤에는 여당의 눈치를 보며 한마디 견제조차 끝내 유지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입법과 행정의 권력 남용을 막는 것이 사법부임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의 입장 변화는 현 사법부가 현 정권의 정치 시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 ▲ 대검찰청 ⓒ연합뉴스
◆ 보완수사권 폐지, '개혁' 아닌 사법 공백 불러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앨 경우 형사사법 절차가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직 검찰 관계자는 "구속사건은 최대 20일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경찰 수사가 미비하더라도 검사가 직접 보완할 수 없다면 무죄 방치나 무리한 불기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치명적이다. 현행 제도는 검사가 경찰 수사가 미흡할 경우 추가 증거 확보를 지휘할 수 있지만, 권한이 사라지면 피해자는 미완성 수사 결과만 받아든 채 그대로 재판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처럼 초기 수사가 부실하면 회복 불가능한 증거가 날아가 버릴 위험이 커진다.
또 경제·부패 사건처럼 복잡한 사건은 보완수사 없이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 한 변호사는 "대기업 비자금이나 정·관계 로비 사건에서 경찰 1차 수사만으로 범죄 구조를 규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보완수사가 없다면 대형 사건이 무죄로 끝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일정에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진한 수사 상태에서 기소가 강행되면 법정에서 무더기 증거 다툼이 벌어져 재판이 장기화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에 '보완하라'고 돌려보내던 기능이 사라지면, 피고인·피해자 모두에게 고통만 가중된다"며 "결국 사법 불신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검찰개혁안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는 "개혁"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개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무법인 이공 대표 변호사로 문재인 정부 당시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민주당의 법안들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개혁이란 무언가가 더 좋아져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검찰개혁이란 이름을 단 법안들은 나아지는 부분은 없고 오히려 다수 국민에게 나빠지거나 일부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제도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런 경우에는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해서는 안되는 것이 제도개혁"이라며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하고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없는 채 법안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지며 이는 제도개혁이 갖춰야 할 기본 원칙조차 무시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