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관리 감사 대신 재정 관리 실태 감사 추가민주당서 세수 결손 지적하며 감사 촉구 나흘만李 정부 채무 증가 우려해 방향 선회했단 지적도李 대통령 한마디에 감사원 정책 감사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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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원. ⓒ뉴데일리DB
감사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말 한마디에 윤석열 정부 세수 결손 감사를 준비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이 직전 정부의 세수 결손에 대한 감사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마자 감사원이 하반기 감사 계획을 수정하며 맞장구를 치고 나선 것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날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개원 77주년 '감사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하반기 감사 계획이 공개됐는데, 지난 2월 발표됐던 계획에서 바뀐 부분이 있었다.
'국가 채무 관리' 분야 감사가 '주요 재정 관리 제도 운영 실태' 분야 감사로 바뀐 것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대규모 세수 결손의 원인과 대응 체계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이러한 반응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세수 결손을 비판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2024 회계연도 결산 심사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세수 결손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감사원이 세부 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고소·고발 조치하는 것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 청구가 필요하기에 그 역할 대로 저희가 결산 심사가 끝나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세수 결손이 2023년에는 56조4000억 원, 2024년 30조8000억 원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년간 가장 큰 규모의 증가라고 진단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채무 관리' 분야가 갑자기 사라진 점도 의아하다고 지적한다. 나라 빚 관리가 정부 주요 과제지만, 확장재정을 기조로 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세에 눌려 감사원이 감사 계획도 바꿨다는 지적이다.
이미 정부부채 증가세는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국회예산정책처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주도한 2차 추경 편성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1300조6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지난해 결산과 비교하면 1년 새 125조400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 시기 대규모로 풀렸던 국채 만기도 도래하고 있다. 2025년에는 94조 원, 2026년에는 98조 원까지 늘어난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빚을 늘려서라도 할 일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29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며 "특히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이 정권의 한 마디에 눕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감사원은 '정책 감사 폐지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과도한 책임 추궁에 따른 공직사회의 위축 등 부작용을 시정하고자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고, 감사 운영의 원칙·시스템을 정책·사업의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도 이 대통령의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정부가 바뀌고 나면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행정 집행도 과도한 정책 감사와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했다"면서 감사원의 정책 감사를 지적했다.
지난 정부에서 감사원이 했던 정책 감사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대한 감사, 4대강 보 해체 과정에 대한 감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에 대한 감사 등이다. 모두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에 대한 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사례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