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미사일 동원…EU 대표부-英문화원 등 건물 100여채 파손미·러 알래스카 회담 후 첫 대규모 공격…젤렌스키, 대러 강력 제재 촉구"유혈사태 끝내야…외교 실패시 최대 압박 가할 것" 유럽 정상들도 강력 반발
  • ▲ 러시아 공격으로 파손된 키이우 건물. 250828 AP=연합뉴스.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대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을 가하면서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고 현지 당국이 28일(현지시각) 밝혔다.

    키이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공관과 영국문화원 건물이 충격파와 파편으로 훼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BBC방송, AP·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밤사이 러시아가 드론 598대와 미사일 31기를 발사했으며 이 중 드론 563대와 미사일 26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양국의 협상 중재를 시도하는 가운데 7월31일 이후 러시아가 키이우에 가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다. 러시아는 이달 21일에도 유사한 공습을 했지만, 주로 우크라이나 서부를 겨냥했다.

    BBC는 이번 공격이 15일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처음 있었던 대규모 공격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외교적 협상이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수주 만에 벌어진 대규모 키이우 공격이라고 AP는 전했다.

    이번 공격으로 주택가의 고층 아파트를 비롯해 여러 건물이 심하게 파손되고 시내 곳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티무르 트카츠헨코 키이우 군사행정청장은 "전형적인 러시아식 공격이었다. 평범한 주택가 건물들을 겨냥해 여러 방향에서 합동공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키이우시내 7개 지역 20여곳에 공격 여파가 있었고, 시내 중심가의 쇼핑센터를 비롯해 주거용 고층 아파트와 민간건물 등 건물 약 100채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또 드니프로강 반대편의 아파트 2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면서 동쪽 교외 지역에서도 5층 건물이 부분 파손됐고, 구조대가 출동해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다.

    특히 EU 대표부 건물과 50m 거리에서 연속적인 공습이 발생해 건물 외벽과 유리창이 크게 훼손됐다. 또 영국문화원 건물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임시 폐쇄됐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유럽연합(EU) 대표부 사무실. 250827 출처: BBC. ⓒ뉴시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유럽 정상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키이우 공격이 EU 사무소까지 타격을 입힌 것에 격분한다"면서 "민간인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해하며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더니 EU까지 표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곧바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러시아 동결 자산의 우크라이나 재건 활용을 진행하겠다면서 "러시아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러시아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어린이와 민간인을 살해하고 평화에 대한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며 "유혈사태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 에너지와 금융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미국과 공조해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X, 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과 종전 대신 살상을 선택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휴전과 외교를 촉구해 온 국제사회에 대한 러시아의 응답"이라며 "평화를 촉구하면서 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전세계 모두의 대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도 야간 공습을 비난하면서 엑스에 "이러한 극악무도한 공격은 트럼프가 추구하는 평화를 위협한다"고 올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수산업시설과 공군기지만을 정밀타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간 주거지 붕괴와 외교 공관 피해가 확인되면서 국제인도법 위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에너지시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측은 간밤에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크라스노다르 지역 아핍스키 정유공장과 사마라 지역 정유공장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아핍스키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피해 범위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핍스키 정유공장에서는 크라스노다르 정유공장과 함께 지난해 720만t의 원유를 처리했으며 올해 상반기 처리량은 300만t이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소 7개 지역에서 밤새 우크라이나 드론 10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까지 포함한 3자 정상회담으로 우크라이나전쟁의 종식을 도모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좀처럼 부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