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내란 방조죄 자체가 성립 불가능"헌재 결정도 뒤집는 '정치특검''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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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윤 기자
지난해 '12.3 계엄령 선포'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법 체계와 헌법 질서를 무시한 채 '내란 방조' 혐의를 적용한 특검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 무대에서까지 '정치특검' 논란이 제기된 것을 두고 무리한 전대미문의 동시다발적 특검 수사가 국내 정치와 사법 질서는 물론 한미동맹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법조계 "내란 방조죄 자체가 성립 불가능"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확보된 증거와 수사 경과, 피의자의 지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 같은 판단이 예견된 결과라고 본다. 과거 특검 특별수사관을 지낸 김재식 에이펙스 법무법인 변호사는 "내란수괴죄에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는지부터가 논란"이라며 "내란죄는 집합범의 성격을 가지며, 교사범이나 방조범을 따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란수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면 형의 불균형이라는 법리적 모순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설령 방조범을 논한다 해도 정범의 고의를 인식했는지, 방조의 고의를 가졌는지, 내란 실행에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국무회의가 20분 늦어진 것을 내란 실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계엄을 막으려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도 다수 확인됐다"며 특검 논리의 허점을 지적했다.-
- ▲ 한덕수 전 총리 ⓒ정상윤 기자
◆ 헌재 결정도 뒤집는 '정치특검'
김 변호사는 또 "헌법재판소는 이미 한 전 총리에 대해 탄핵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특검이 같은 사실관계로 내란 방조를 다시 끌어내는 것은 헌법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구조인데, 내란 프레임을 동원해 국무위원들을 방조범으로 몰아세운다면 앞으로는 장관급 인사들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지시를 받을 때마다 위법 여부부터 따져야 한다"며 "이는 행정부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다루면서도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추상적 논리만 내세우는 것 자체가 법리적 정합성을 상실한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결국 이번 영장 기각은 법률가들이 줄곧 경고해온 '내란 프레임의 무리수'가 확인된 사례라는 평가다.
논란은 국내 법리를 넘어 외교 의제까지 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대한민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 사업을 할 수 없다"며 특검 수사를 직격했다. 그는 "교회와 미군기지 압수수색이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이라고 지적하며 최근 내란특검의 평택 오산기지 수색과 해병 특검의 보수 교계 압수수색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오해 수준을 넘어 특검 수사의 정치성이 국제 무대에서까지 드러난 사례로 해석된다.
한 법학 교수는 "특검이 무제한적으로 권한을 확장하면 국내 정치의 편향 논란을 넘어서 동맹 신뢰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헌법과 형사사법 체계뿐 아니라 외교·안보 질서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박지영 내란 특검보 ⓒ연합뉴스
◆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힌 특검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다른 국무위원 수사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내란 프레임을 완성하기 위해 한 전 총리 영장 청구를 강행했지만, 결국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며 특검의 무리한 행보를 지적했다.
결국 내란특검은 법리와 헌법을 외면하고 정치적 의도를 앞세운 결과, 국내 사법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었을 뿐 아니라 동맹국 정상의 공개 비판까지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내 한 법조인은 "이번 사태는 특검 수사가 더 이상 국내 정쟁의 도구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