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 우리 정부에 경고성 글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 통해 사실상 공식 항의한 셈사드 사태 거론하며 "中과 거리두면 韓경제·국민 타격"'한한령' 쇼크 재현될까…美中 사이 '샌드위치' 신세 자처한 李 정부"美 요구에 따른 무조건적 견제는 국가 운명 전차에 묶는 격"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CSIS 정책 연설 뒤 존 햄리 CSIS 소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친중' 논란을 낳았던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접근법이 미국의 압박에 미국 쪽으로 저울 추를 옮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이 거듭 미국과의 동맹 강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번에는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해 어떤 국가와 손을 잡아야 할지 더욱 실용적인 선택을 고민할 여유는커녕, 두 강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꼴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더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가 과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사태를 들먹이며 경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이 외교 정책에서 실용 노선을 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관영 매체를 내세워 사실상 반발한 셈이다. 안미경중은 안보 협력은 미국과 경제 협력은 중국과 이뤄나가는 병행 노선을 의미한다.



    중국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27일 '한국, 안미경중을 조율하려면 핵심 문제부터 해결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반박하며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강조하던 '안미' 접근은 한국에 진정한 안보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2016년 사드 배치 당시의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매체는 이어 "사드 배치는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더러 중국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한반도 긴장 역시 더욱 고조됐다"며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면, 한국 경제와 국민의 삶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가장 근본적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 미국 요구에 따라 무조건적인 대(對)중국 견제에 나선다면, 이는 곧 한국의 국가 운명을 위험한 전차에 스스로 묶어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2016년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사태 때 이에 크게 반발하며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려 한국의 유통·화장품·자동차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국이 한국 불매에 나서면서 국내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여행·면세업계에도 아직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시작된 이후인 2017년 4월 기준 현대차·기아의 중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65.1% 급감했다.


    이 사설은 또 "건전하고 안정적인 중한 관계는 그 자체로 한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이고, 한국이 외부 압력에 저항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이라면서 "한국은 체스판 위의 말이 될지, 체스판의 플레이어가 될지 독립적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고 사실상 중국 정부 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듯한 표현을 실었다.

    매체는 특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이 한국 외교 정책의 새로운 정당화 수단으로 등장하는 순간, 이는 곧 한국의 국익을 미국의 글로벌 전략 아래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반발하며 "경제적 이익이 희생된다면 국가 안보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재계 리더들이 계산해봐야 할 진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25일(현지시각)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안미경중'과 관련해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