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새 지도부 출범하자 살얼음판 분위기韓 '김문수 지지'가 張 당선 도왔다는 평가 친한계 내부서도 한동훈 판단에 우려 나와韓 전향적 태도 없이 '잔류 불가능' 분석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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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장동혁 체제' 국민의힘의 분당 정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취임하자마자 당권 경쟁자였던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을 몰아세우면서 전당대회로 드러난 갈등이 본격적인 '노선 투쟁'으로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 분위기가 살얼음판 같은 굉장히 긴장의 끈이 팽팽하다"면서 "이제 치고박든 싸움을 앞두고 누가 당을 떠날지 결정돼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걸 아마 당에 모르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밝혔다.
신임 장동혁 대표는 이미 전당대회 과정에서 수차례 '당내 총질 세력 정리'를 공언해왔다. 그는 전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원내 107명이 하나로 뭉쳐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대표가 대표적으로 지목한 대상은 친한계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들이 대부분 친한계였기 때문이다. 친한계 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이 있지만, 안 의원은 당대표가 결정되면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자신들의 등을 떠미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친한계는 발끈하고 있다. 당권 경쟁을 펼친 조경태 의원은 "집단의 의사 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으로 다수의 의견은 옳고 그름 상관없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참혹하고 불행한 사례를 남겼다"며 "히틀러가 대표적 경우"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줄곧 장 대표로부터 '당을 떠나라'는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장 대표가 "자신이 당선되면 조 의원은 당을 떠날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조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이 국민의힘 탈당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덩달아 나오고 있다.
위기는 조 의원 뿐만 아니라 한동훈 전 대표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는 평가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실제 선수로 뛰었던 조 의원보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타격이 더 크다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막판 결선 투표에 한 전 대표가 개입한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결선투표 국면에서 김문수 후보를 지지했다. 김 후보를 '차악'이라고 지칭하며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4년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회의를 하던 중 잠시 문을 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한 전 대표의 이러한 공개 입장 발표 결과는 김 전 장관의 패배로 나타났다. 당혹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한 전 대표의 '지지 같지 않은 지지 선언'도 친한계 인사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전 대표에 대한 계파 내부 신뢰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이재영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분은 '그럼 나보고 차악을 뽑으라는 말이냐, 이왕 도와줄 거면 통합하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후보를 뽑아 달라고 해도 다 알아들을 텐데 꼭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야 했나'면서 '최고위원들이 다 뽑혔으니 나 투표 안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발언이 득보단 실이 많았다"며 "한 전 대표가 정치적 데미지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 인사들이 정치적 사죄를 하거나 당을 떠나는 양자택일 밖에 선택지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이 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처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 여론이 바뀌던 상황과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이 현저히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 한 전 대표가 정치적 입장을 바꿀 만큼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전 대표는 당에 남아 버티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지형적으로 봤을 때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하면 '포스트 장동혁 시대'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차기를 노리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이 당에 남아 지속적으로 지도부를 비판하며 버틴다면 결국 '당원 게시판 의혹'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한동훈 체제' 당시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한 전 대표의 가족 이름으로 한 전 대표를 칭찬하는 글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한 글이 게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 대표 측은 이를 본인 명의로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확한 해명은 내놓지 않으며 의혹을 키웠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러한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미 신임 지도부에서는 관련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탄'(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기조로 당선된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 조사는 꺼지지 않은 불꽃"이라며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당 게시판 의혹으로 관심이 쏠리면 한 전 대표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차악'이라는 말로 지지 의사를 내비친 것이 패착이 되고, 한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더욱 몰리게 만들었다"며 "같은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며 당에 남는 선택보다는 결국 새 둥지를 만들고 거기서 입지를 다져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분당설이 불거지자 우선 원론적인 발언으로 당 분위기를 다잡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후 분당설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새로운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은 우리 국민의힘이 하나로 뭉치고 그 힘을 우리 외부로까지 확산시키고, 자유우파 시민과 연대해 자유대한민국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