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3조 영토조항, 적대정책 근거로 지목주한미군·한미동맹, 변할 수 없는 적 규정"비핵화는 이론·실천·물리적으로 사멸"
  •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한 발언을 겨냥해 "조선반도의 정치 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한반도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 개정과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비핵화 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위이고 국체인 핵을 영원히 내려놓지 않으려는 우리의 입장은 절대불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한국시각)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정책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 한국도 이 체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비핵화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으로 칭하며 "억압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리재명은 우리와의 대화가 지난 정부에서 끊기고 말았다고 하면서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느니,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평화의 길도 넓어질 것이다느니 하며 마치 조한 관계를 회복할 의사가 있는 듯이 놀아댔다"며 "조약돌과 같은 그럴듯한 언사를 늘어놓은 지 불과 10일도 안 되어 본심을 감추지 못하고 대결광의 정체를 낱낱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그토록 입이 아프게 외워대는 비핵화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된 지 오래"라며 "리재명이 3단계 비핵화론이니 비핵화니 뭐니 하며 후론하는 것은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잡아보겠다는 것이나 같은 천진한 꿈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북한은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위협과 세계 안보 역학구도의 변천을 정확히 반영한 필연적 선택이다. 조선인민의 총의에 따라 국가의 최고법, 기본법에 영구히 고착된 우리의 핵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미국의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아울러 "원래 한국은 우리에 대한 대결 정책을 국책으로 정한 철저한 적대국이다. 한국의 헌법이라는 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버젓이 명기되어 있으며 한국에서 10여 차례 정권이 바뀌여 왔지만 반공화국 기조만은 추호도 변하지 않았다"며 남북 대화를 위한 선제조건으로 헌법 제3조의 개정을 제시했다.

    북한은 한국을 겨냥해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고스란히 섬겨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라고 조롱하며 "우리 핵문제의 성격도 모르면서 비핵화에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밖에서 리재명이 놀아댄 추태는 우리에 대한 한국의 대결 기도는 절대로 달라질 수 없으며 극악한 반공 사상, 멸공 정신으로 길들여진 한국은 역시 변할 수 없는 적이라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이 옳았음을 그대로 증명해 보였다"며 "리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전략핵 폐기만을 미국과의 협상 대상으로 삼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구상은 미북 수교 이후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 전문가는 "만약 북한이 전략핵만 폐기하고 전술핵을 유지한다면 이는 미국의 전략핵 전력 운용을 제한해 한반도 안보 공백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미북 수교가 성사되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은 약화되고 한미동맹의 성격 역시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