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해임 통보에 반발한 쿡 이사 소송전 예고트럼프, 곧장 후임 이사 지명 채비WSJ "쿡 후임에 마이런·맬패스 염두"연준 "이사 임기, 중요한 안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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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에 의혹 단계에서 즉각 해임을 통보한 데 이어, 연준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곧 (연준 이사회의) 과반을 확보할 것"이라며 "과반을 확보하면 주택시장이 반전되는 등 상황은 아주 훌륭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너무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고 그것이 유일한 문제"라며 "금리를 좀 낮춰야 한다"고 연준을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해임을 통보한 쿡 이사의 후임으로 "아주 훌륭한 인물들"을 고려 중이라며, 벌써 후임 인선에 나섰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쿡 이사를 겨냥해 "(법) 위반을 저지른 것 같은데, 그래선 안 된다"며 "그가 모기지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준 이사직이 금리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최근 주택금융청이 쿡 이사가 받은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사기 혐의를 포착해 법무부에 수사 의뢰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조치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2038년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마치겠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소송 제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준 역시 쿡 이사의 손을 들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이사들에 대한 장기간의 임기와 해임 제한은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하며, 통화정책 결정이 데이터, 경제 분석, 미국 국민의 장기적 이익에 기반하도록 보장한다"면서 "연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례는 아직 없다.
연준법 상 대통령은 '중대한 사유(for cause)'가 있으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 중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로 해석된다. 쿡 이사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에게 서둘러 해임을 통보한 것은 다음 달 16~17일 이틀간 열리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또한 쿡 이사 후임으로 자신의 사람을 채우면, 연준 이사 7인 중 4인이 직접 임명한 인사가 돼 연준 장악력이 커진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쿡 이사의 후임으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WB) 총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김진희 기자